“어느 한쪽이 막히면 피는 흐르지 않는다”
김희섭 위원장 체제로 출범한 조선 16기 노동조합이 회사측에 사내 의사소통의 활로를 뚫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 노조 집행부는 지난 7일 발행한 임기 첫 노보를 통해 노보 편집위원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나온 회사의 문제점들을 옮겨 실었다. “말 못하고, 막히고…미치겠다”는 제목의 글에서 노조는 “‘쓰라니까 쓴다’고 쉽게 체념해 버리고 그러다보면 내가 정말 기자인지 좌절감 비슷한 것이 생길 때가 있다”는 한 편집위원의 말을 옮기며 “소통의 부재를 체념하는 분위기로까지 이른 것 아니냐는 위기감 때문에 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같은 현상의 뿌리가 회사내부의 토론문화 부재와 직결된다면서 “국장이 신문 한 페이지를 넘기면 부장들이 전부 따라서 한 페이지를 넘긴다. 다시 국장이 한 장을 넘기면 부장들이 한 장을 넘긴다. 지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국장이 페이지를 갑자기 뒤로 넘긴다. 그러면 부장이 화들짝 놀라 따라서 페이지를 넘긴다”고 묘사한 한 편집국 부장의 말도 인용했다.
노조는 “기자들과 논설위원들간의 통로도 뚫려있지 않다”면서 “아직 일선 기자들은 사설이 현장의 분위기와 약간 다를 경우 이건 아닌데라고 얘기하고 싶어도 쉬 말을 꺼내지 못한다”며 소통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조는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편집국장을 비롯한 각 부 데스크들이 먼저 나서줄 것”과 “조합원들도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을 뒤로 숨기지 말 것”을 함께 제안하며 “피는 어느 한쪽이 막히면 흐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터넷뉴스부 정성진 조합원은 노보 ‘생각해봅시다’ 코너를 통해 ‘안티조선’ 세력에 대한 내부 공론화의 장을 만들자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정 조합원은 ‘안티조선 그냥 바라만 볼건가’라는 글을 기고해 “‘조선일보 씹기’를 생업으로 삼는 단체들은 불과 몇 년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늘어났다”면서 “이 사실은 조선 모든 조합원이 ‘안티’에 영향을 받는다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안티와 부딪히는 조합원이 늘어났고 특히 어느 취재 상황에서나 전쟁을 치른다”며 “취재 자체가 불가능해 끝까지 소속을 밝히지 않고 취재를 했다는 조합원들의 이야기도 가끔 들린다”는 현장의 사례를 적시했다.
정 조합원은 “내부에서 이같은 현실에 대한 울분은 나오지만 전혀공론화의 장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안티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관석 기자
[email protected]
전관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