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와 누적적자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광주일보사가 사실상 대주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주건설 대한화재보험 등을 주력 계열사로 갖고 있는 대주그룹은 광주일보사와 인수를 위한 가계약을 하고 지난 16일 회계법인을 통해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대주그룹측 인수협상 실무책임자인 이상식 기획이사는 “인수 방침이 정해졌고 인수를 위한 실사가 진행중”이라며 “15일 가량 실사한 뒤 이달말 인수 여부가 최종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는 그룹 차원에서 인수를 추진중이며, 특정 계열사에 지분을 모두 맡기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복수 광주일보 총무국장은 “매각 대상은 광주일보사 법인과 광주일보의 모기업인 전일실업 소유의 무등빌딩”이라며 “경영난으로 인해 회사를 자금력 있는 업체에 매각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광주일보의 매각 결정은 갈수록 심화되는 자금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02년도 재무제표에 따르면 광주일보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부채 254억원, 당기순손실 64억원을 기록했다. 일부 지방신문들이 적자를 보면서도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생존을 해나가는데 반해 적자를 매워줄 모기업이 없는 광주일보는 생존에 더 큰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양측의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광주일보는 창사 51년 만에 창업자 고 김남중 회장 일가에서 대주그룹으로 주인이 바뀌게 된다. 김종태 현 회장, 김형준 현 사장은 광주일보를 3대째 가업으로 이어받아 경영해 왔다. 대주그룹은 과거 광주민방을 소유·경영한 바 있어 언론사 경영은 이번이 두 번째다.
대주그룹의 광주일보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에서는 모기업인 건설업체의 바람막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 한 일간지 부장은 “광주지역 타 신문처럼 건설업체가 모기업이 되면서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반면 기자들의 복지수준이 향상돼 타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식 대주그룹 기획이사는 “지역에서 가장 전통있는 언론사인 광주일보를 지금 그대로 두면 잘못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인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대주건설은 관급공사를 전혀 수주하지 않고 민간공사만 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언론사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광주일보 기자들은 지난 21일 ‘광주일보 매각사태에 대한 우리의입장’을 통해 “가업의 깃발을 내려야 하는 경영주의 아픔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지만(…) 시대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경영진은 전현직 구성원과 지역민에게 유감의 뜻을 전해야 한다”며 “새로운 광주일보는 또 하나의 ‘건설 신문’이라는 우려를 씻고 정도언론, 선진경영으로 회사 이미지를 한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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