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동아일보 초판 ‘투데이’ 면에는 “조용필 ‘보은의 산사콘서트’”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조용필이 14일 울산 울주군 용암사에서 신도 등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 1월 5일 사별한 부인 고 안진현씨의 천도재를 지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음악회를 열었다는 사실이 기사의 주내용이었다. 기사는 △조용필이 이날 음악회에서 약 한시간에 걸쳐 ‘친구여’, ‘허공’ 등의 히트곡을 불렀으며 △용암사는 이날 음악회를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했고 △참가자들로부터 수재민 돕기 성금을 모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천도재를 정성껏 지내준 주지스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수재민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겠다는 뜻을 밝혀 음악회를 열게 됐다”는 용암사 관계자의 멘트도 실렸다.
그러나 콘서트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이 전하는 내용은 동아의 보도내용과 전혀 다르다. 양산지역 케이블방송 YCN 김완식 기자는 △공연장 입구에서 3만원의 입장료를 걷었고 △조씨는 공연시각 30분 전에 ‘친구여’ 1곡만을 부르고 내려갔으며 △수재민 돕기는 커녕 관객들의 항의로 인해 난장판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결국 용암사 측이 입장료 1만원씩을 반환해주기 전까지 관객들의 항의는 계속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은 YCN 화면을 통해 가감없이 지역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이날 소동은 조용필과의 사전교감 없이 용암사 측이 ‘조용필 산사콘서트’라는 주제로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면서부터 예고됐다. 사별한 부인의 천도재에 대한 보답으로 신도 앞에서 노래 한곡을 불러달라는 용암사측의 부탁을 수락했던 조씨는 막상 현장 부근에 ‘조용필 산사콘서트’ 현수막이 설치돼 있자 불쾌한 나머지 노래 1곡만 부르고 내려갔다는 게 현장 기자들의 전언이다. 동아는 난장판이 된 콘서트 현장을 일부 언론이 보도한 15일 저녁 동아닷컴에 올렸던 기사를 삭제하고 배달판에서도 기사를 뺐다.
기사를 작성한 동아일보 울산주재 정재락 기자는 “마감시간에 쫓겨 현장에 가지 않고 울주군에서 보내준 보도자료만을 기초해 썼다”면서 “보도가 나간 뒤 독자들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았고, 기자생활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전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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