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기자 악순환 여전

뿌리 깊은 관행…수법 정형화

최근 잇달아 터진 사이비기자 구속 사건은 아직도 지역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부패관행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들의 범행수법이 과거 적발된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사이비 기자들의 활동은 여전히 악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환경법규를 위반한 업체들을 찾아가 기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돈을 받아챙긴 모 지방지 기자 이모씨 등 3명이 구속됐다. 이씨 등은 지난 2년간 김포지역 환경업체 20여곳을 돌며 3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7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위와 같은 수법으로 금품을 갈취한 인터넷신문 ‘전문기자협회’ 회장 심모씨와 기자 김모씨 등 사이비 기자 13명을 구속했다. 심씨 등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천안지역 폐기물처리업체를 찾아다니며 수백여만원을 갈취하는 한편 15만원을 받고 기자증을 무분별하게 발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비기자는 유령언론사를 차려 기자를 빙자하거나 기존 언론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개인이나 혹은 두 세명이 공모해 위법, 탈법행위와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총칭한다고 할 수 있다. 구속된 이모씨는 후자의 경우이고 심씨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한다. 또한 최근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사건 과정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일부 기자들과 월드컵 휘장 의혹사건에 연루돼 결국 구속된 전직 기자 등 각종 대형사건에 연관돼 형이 확정된 기자들 역시 사이비 기자의 멍에를 피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활동을 펴왔지만 사이비기자의 뿌리가 워낙 깊어 단속이 강화되면 일시적으로 잠복했다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검·경 수사상에 나타난 지역 사이비 기자들의 행태는 정형화돼 있을 정도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노리는 업종은 건설업과 폐기물처리업 등 접근이 용이한 업종으로 기사화를 무기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이 관행. 사업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금품을 내놓는다. 이밖에 개인적으로 접근해 물질적인 피해를 입힌 사례도 적지 않다.

이같은 사이비 기자들의 양산은 부동산 중개업, 건설업, 보험업 등 비언론직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특권과 영향력의 유혹에 빠져 지역에 사이비언론사를 차리는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대폭 적자를 보면서도 언론의 특권과 지역유지의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권개입, 정보접근의 용이성 외에도 사업에 대한 방패막이역할로 삼는 경우도 있다. 영세한 이들 언론사는 언론사 운영을 기자의 광고와 촌지수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이비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 건축현장이나 공해배출 현장 등을 취재한 후 이를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품갈취하는 행위 △지사·지국장이나 주재기자들이 자사발행 연감, 화보, 신문 등을 일방적으로 보낸 후 대금을 청구하는 행위 △각종 행사를 빙자해 협찬금을 강요하는 행위는 형법상 공갈죄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한 건축물 허가 등 이권행위에 개입할 경우에는 변호사법에, 기자채용시 보증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돈을받고 기자증을 파는 행위는 직업안정법에 해당돼 처벌된다.

전관석 기자 [email protected] 전관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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