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서명숙 전 편집장이 지난달 30일자로 편집장 자리에서 용퇴했다. 서 전 편집장은 ‘월간 마당’, ‘월간 한국인’을 거쳐 지난 89년 시사저널 창간멤버로 참여했으며 기획취재부와 정치부를 거쳐 2년 남짓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무려 18년동안 ‘잡지’라는 한 우물만 팠다. 세상을 보는 고민과 감상 등을 담은 ‘편집장의 편지’로 다수의 매니아를 확보하기도 한 서 전 편집장은 약간의 휴식기를 거친 뒤 ‘글쓰기’에 전념할 계획이다.
-타 주간지에 비해 시사저널만의 독특한 위상과 영역을 개척해 왔는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을 뒤집으면 장점이 된다. 시사저널은 족벌, 재벌로부터 자유롭고 또한 초창기부터 선배들이 쌓아놓은 ‘편집권 독립’의 장점이 있다. 그것이 시사저널의 짧지만 무거운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편집장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대선 등 굵직한 사건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다. 언론으로서 참 가슴 아픈 사건이었고 ‘편집장의 편지’에서도 세 차례나 다뤘다. 또한 전반의 과정이 드라마틱했던 지난해 대통령 선거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최근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논란이 첨예하다.
“개인적으로 양비론을 싫어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정부와 언론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언론에 있다고 본다. 언론은 가슴에 손을 얹고 지금 얘기하는 것처럼 권력에 늘 비판적이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과 자기성찰이 있어야 한다. 반면 정권의 언론정책 역시 서투르고 촌스럽다. 그동안 언론 내부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고민과 논의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아예 언론과 ‘담’을 쌓듯 하고 있다. 언론 대처 방법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설득력있게 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지난 705호 ‘편집장의 편지’를 통해 현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18년간 잡지생활을 했다. 일단 좀 쉬고 싶다.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데스크를 떠나 칼럼, 기사 등 ‘자기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미다.”
-후배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자들이 누려왔던 사회적 지위와 기득권이 점점 깨지고 있다. 국민들이 언론을 불신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현실이 바로 언론의 자기근성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 호기심으로 무장하고 역사의식의 축을가지고 있는 기자와 언론이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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