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화해·협력' 실무진은 '예전처럼'

언론정책 '따로 따로'

총리실-홍보처 통합브리핑룸 ‘엇박자’



참여정부가 최근 들어 언론과의 ‘관계재정립’에 나서고 있으나 대통령의 의지와 실무진의 행동이 서로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문의 날 기념식장에서 정권과 언론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되 현재의 갈등 양상을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을 이뤄내자고 제의했다.

이날 대통령의 제의는 언론 분야뿐 아니라 사회 제반분야에서 ‘대통합’을 이루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물린 것이어서 상당한 기대를 갖게 했으나 대통령의 ‘화해·협력’ 제의와 달리 청와대 비서진이나 정부의 언론관련 부처의 입장은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대통령의 ‘화해·협력’ 발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언론정책과 관련, “전선은 확대되고 있는데 어디를 개혁해야 할지 목표물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 무의식중에도 여전히 언론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청와대는 또 지난 9일 정책상황비서관 명의로 정부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언론보도에 대한 판단 자료를 매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는 이 공문에서 언론보도의 성격을 △긍정 △단순 △건전 비판 △악의적 비판 △오보 등으로 세분해 줄 것을 요구해 기자들로부터 ‘언론 길들이기’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국정홍보처의 통합 브리핑룸 설치 문제도 정부내 의사결정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9일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과 별관에 위치한 국무총리실, 교육부, 통일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등 5개 부서의 기자실을 없애고 별관에 통합 브리핑룸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건 총리는 ‘통합 브리핑룸’을 만든다는 국정홍보처안에 대해 “선진적 취재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좋지만 그에 선행돼야 할 것은 행정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행정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지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은 기존의 ‘별관 설치’안을 바꿔 “총리 기자실과 외교통상부 기사실은 기존대로 본관 10층과 별관 2층에, 행자 교육 통일부 등 3개 부처 기자실을 통합한 기자실은 본관 5층에 둔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개정안을 다시 마련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부 부처내 ‘엇박자’에 대해 이효성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언론과의 관계를 ‘유착’이 아닌 ‘건설적인 긴장’관계로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책과정에서 치밀한 조율과 유기적인 검증이 부족한 흔적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관석 기자 [email protected] 전관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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