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닷새 만에 후임으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하자 언론계와 정치권 등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6일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김홍일 권익위원장을 지명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최초의 검사 출신 방통위원장이 된다. 법률가 출신으론 최성준 위원장(판사), 한상혁 위원장(변호사)에 이어 세 번째다.
김홍일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27년간 검사로 일했고, 이후 10년은 변호사로 일했으며, 지난 7월부터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있을 때 당시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직속 상관이었으며,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6월 권익위원장 내정 당시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 근무 당시 윤 대통령이 4세 많은 김 내정자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다시 말해 윤 대통령이 ‘전 직장 상관’이자 ‘형’이라 부를 정도로 사이가 각별한 인사를 새 방통위원장에 추천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대통령 측근이 방통위원장에 지명된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홍일 위원장 지명을 “방송장악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방송·통신 관련 커리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특수통 검사’가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말인가”라며 “공정과 상식을 철저히 짓밟는 어불성설의 인사”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을 내어 “언론장악 기술자도 모자라 이젠 언론말살 칼잡이인가”라고 성토했다. 언론노조는 “방송통신 분야 경력이 전무한 대검 중수부장 이력도 황당하지만, 국민권익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사실은 더 기가 막힌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권익위가 ‘공직유관단체 이사장 및 이사의 청탁금지법 등 위반 의혹’ 신고사건을 방통위로 이첩하고, 이어 방통위가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에 대해 의견조사에 나선 것을 지적한 것이다.
언론노조는 “마치, 검사(권익위원회)가 법원(방송통신위원회)에 기소를 해놓고 판사(이동관)가 사임하자 그 검사를 판사(방통위원장)로 임명해 법원에서 판결을 내려는 인사를 한 것과 같다”며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인사가 가능하다는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어 “더욱이 김홍일은 불과 5개월 남짓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윤석열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해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이사들을 해임할 때는 권익위의 조사 권한을 조자룡 헌 칼처럼 휘두르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술친구 KBS 박민 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의뢰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노골적인 이중성과 불공정을 드러냈다”면서 “국민권익위마저 방송장악 주구로 써먹던 자를 독립성·자율성·공정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내리꽂겠다는 것은 결국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론탄압과 방송장악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광기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홍일 위원장을 지명한 것은 방송3법 거부에 이어 언론탄압과 공영방송 해체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대국민 도발 선언”이라며 “사적 친분을 앞세운 정실인사로 검찰 출신 칼잡이를 방통위원장에게 앉히고, 백년대계인 방송통신 정책을 끝까지 망쳐 놓겠다는 당신들의 오만과 오기는 반드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이동관보다 더 강력하게, 마치 검찰이 수사하듯 방송을 통제하고 옥죄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가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인사”라고 반발하며 김 위원장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MBC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공공연히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특수부 검사 출신을, 그것도 방송·통신과 아무 관련 없는 인사를 지명해놓고,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 지켜낼 적임자’ 운운하는 것은, 말장난을 넘어 국민들을 바보로 보며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며 “윤석열 정권은 영화 ‘서울의 봄’ 속 하나회처럼 검찰공화국, ‘신검부’ 세상을 꿈꾸는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국민의 심판은 더 냉혹하게 다가올 것임을 명심하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