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감사실 "안형준 사장, 주식 무상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

방문진 이사회서 차명주식 의혹 특감 결과 보고
안 사장 17일 취임식 후 공식 행보 나설 듯

MBC 감사실이 안형준 MBC 사장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을 감사한 결과,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MBC 감사실은 14일 방송문화진흥회 제7차 임시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날 이사회가 비공개 결정되며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방문진은 관련 자료를 통해 “안 사장이 주식을 무상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방문진 자료에 따르면 MBC 감사실은 안 사장이 차명으로 소유해 문제가 된 ㈜아톰비쥬얼웍스그룹 주식과 관련해 “2013년 안형준 명의로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식은 제보자 김 모씨가 CJ E&M 곽 모씨에게 무상 증여한 것을 안형준 명의로 명의 신탁한 것이라고 세 당사자가 모두 인정했다”며 “안 사장이 이 주식을 무상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CJ E&M 감사와 관련해선 “제보자가 2016년 CJ 감사팀에 곽 모씨의 부당행위 조사를 진정했고, 곽 모씨의 부탁으로 안형준은 아톰 주식이 본인 명의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며 “이에 CJ 감사팀은 아톰 주식 9.9%의 실소유주를 확인할 수 없어 감사를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타 소문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이 지난 13일 MBC 최대주주이자 관리 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현장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원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감사원 직원 6명을 방문진으로 파견, 이사실/감사실과 소회의실 두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방문진 감사를 시작했다. 이번 현장 감사는 본 감사 전 단계로, 감사원은 오는 31일까지 자료 수집을 한 뒤 이 내용을 정리해 향후 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진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감사원의 현장 감사에 항의하며 지난 13일 방문진 앞에서 피켓팅하는 모습.


방문진은 MBC 감사실의 특별감사 보고를 듣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나 의견을 하나로 모으진 못했다. 방문진은 “이미 알려진 사실 외에 새로운 사실은 없고, 안 사장의 기존 주장이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으며, 이러한 행위는 비판의 소지가 있어 유감스러우나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어 현재 MBC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다만 “소수 의견으로 자진사퇴나 경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주식 차명 소유 의혹에 발목이 잡혔던 안 사장은 이로써 어느 정도 의혹을 해소하고 MBC 사장으로서 공식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이날 열린 방문진 제5차 정기이사회에서 MBC 이사 내정자 선임 결의건, MBC 직원본부장 선임 사전협의건, MBC 관계사 임원 선임 사전협의건 등 임원 인사 안건을 줄줄이 올렸다.


이에 따라 박미나 경영본부장, 정영하 방송인프라본부장(유임)이 선임됐고, 등기이사인 이주환 드라마본부장은 15일 MBC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강지웅 MBC플러스 사장과 이선태 iMBC 사장은 각사 주주총회 이후 선임이 확정된다. 안 사장은 또 그동안 미뤄왔던 취임식도 오는 17일 진행한다. 취임식에선 박성제 전임 사장이 참석해 이례적으로 이임사를 낭독할 계획이다.


다만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주식 차명 소유 의혹만 보더라도 MBC 특별감사만 종결됐을 뿐, 추후 관련 수사와 검사·감독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MBC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은 해당 의혹에 대해 지난 2일 안 사장을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발했고, 국민의힘이 추천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도 최근 방문진의 검사·감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안형환 부위원장과 김효재 상임위원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임 사장의 불법 주식 투자 문제 등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이를) 불식하지 않은 채 방문진에서 선임이 이뤄졌다”며 “(방문진에 대해) 민법상 검사·감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감독권을 둘러싸고는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당시 방통위가 “MBC 노조 파업에 따른 방송 차질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문진에 대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며 검사·감독권을 행사하려 했지만 방문진이 이를 거부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방문진은 “방통위의 검사·감독권을 수용할 수 없으며, 통상적인 범위 내의 자료 요청에만 협조한다”고 의결, 관련 자료 제출 등의 요구에 불응했다.


한편 MBC를 둘러싼 대내외적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안 사장이 앞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선도 여전히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안 사장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큰 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보다 기존 조직 골격을 유지하고, 인사의 경우 내부 신임을 얻는 사람들로 임원진을 꾸리고 있다.


안 사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일은 시작했다”며 “큰 조직이라 일이 엄청 많다.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문진은 이날 이사회에서 10명의 MBC 감사 지원자 중 3명을 추려 선정했다. 3명의 후보는 김성환 MBC NET 사장, 김환균 대전MBC 사장, 민병우 MBC플레이비 사장이다. 방문진은 오는 21일 이사회에서 이들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진행, 최종 내정자를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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