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과 관련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노조 집행부 5명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MBC가 이들을 검찰에 고소한 지 10년 10개월만, 1심 선고일로부터 약 8년 6개월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노조 집행부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소송 진행 중 세상을 떠난 고 이용마 기자는 사망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고, 정영하 전 위원장 등 4명은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파업의 목적이 정당한지 △파업 과정에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 행위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지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출입문 봉쇄 행위가 정당한지 △피고인 일부가 부정한 목적으로 전산회계정보시스템에 보관돼 있던 타인의 비밀을 누설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한 결과, 원심이 위 사안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방송사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서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고 대법원에서 판단한 첫 사례”라며 “기존 판례 법리에 비춰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쟁의행위에 수반되는 직장점거의 정당성 유무 등에 대해 판단한 사례”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리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정당했다”며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MBC본부는 “권력과 내통해 공영방송을 팔아넘긴 적폐 경영진에 맞서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2012년 170일 파업’이 오늘 사법부로부터 최종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며 “대법원은 공정방송은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방송 종사자들의 근로관계 기초를 형성하는 원칙이기에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임을 확인시켰다. 이로써 공정방송 수호를 위해 싸워왔던 지난날의 투쟁이, 우리의 저항이 정당했음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오늘 사법부의 최종 판결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인 언론 자유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MBC에 대한 전 방위적 압박과 집권 여당의 광기 어린 겁박은 결국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또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에 협력해 MBC를 정권에 헌납한 대가로 MBC를 사유화하고 시민들의 조롱거리로 전락시켰던 김재철-안광한-김장겸을 비롯한 MBC 내 부역자들의 죄상도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그동안 공정성 훼손에 대한 노동조합의 저항에 전가의 보도처럼 덧씌워지던 ‘정치파업’ ‘업무방해’라는 제약은 이제 낡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며 “MBC본부는 시민의 상식이 아닌 오로지 권력의 힘으로 공영방송 MBC를 자신들 마음대로 장악하고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대해 당당하게 맞설 것이며, 공정방송을 향한 구성원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올곧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MBC본부 집행부 5명은 지난 2012년 1월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정보도를 위한 쇄신인사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같은 해 7월까지 사옥 로비 등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임원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러가라’고 외치거나 집단적으로 방송 제작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했다. 또 같은 기간 MBC 사옥 1층 현관 출입문을 잠그고 대자보를 부착하거나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획득, 기자회견에서 낭독했다가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2012년 2월 MBC로부터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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