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혼' 상에 노향기 전 기자협회장… 1980년 5월 제작거부 주역

시상식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한국기자협회는 올해 ‘기자의 혼’ 상 수상자로 1980년 5월 당시 기자협회 제작거부를 주도한 노향기<작은 사진> 고문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제17회 기자의 날 기념식에서 진행된다.


노 고문은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한국기자협회를 중심으로 기자들이 검열거부 및 제작거부를 결의했을 때 한국일보 10년차 기자로 기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기자협회는 5월16일 회장단, 운영위원, 분회장 연석회의를 열어 5월20일 0시부터 전국 신문·방송·통신사 기자들이 검열거부 및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기자협회 검열거부 결의가 있던 다음날인 5월17일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기자협회 집행부는 전원 체포됐다.

노향기 고문


검거를 피해 도피 생활을 했던 노 고문은 견디다 못해 42일 만에 자수했다.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고문 후유증은 지금도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다. 서대문구치소와 대전교도소에서 1년여 옥살이 끝에 이듬해 5월 석가탄신일 특사로 석방됐다. 출소했지만 구속의 전력에 한국일보에서도 해직돼 갈 곳이 없었다. 그는 고려대학교 동창회보인 ‘고대교우회보’ 제작을 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8년 반 동안 언론계를 떠나 있던 그는 1989년 1월 한국일보에 복직했고, 그해 3월 제29대 한국기자협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그는 취임사에서 “저는 기자협회장이란 자리를 무슨 감투로 생각하지 않는다. 명예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열망하는 언론민주화에 대한 우리들의 의지를 멀리서만 지켜볼 수 없는 소명의식의 표출이었다”며 “20년 전 견습기자로 언론에 발 디딜 때, 복직할 때, 회장 후보 등록을 결심할 때 저의 가슴에 변함없이 와닿는 것은 ‘기자는 민중의 편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노 고문은 이후 한국일보 북한부 차장, 한겨레신문 편집위원, 월간 ‘말’지 발행인, 언론중재위원 등을 지냈다.


한국기자협회는 1980년 5월20일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검열에 반대하며 저항했던 선배 기자들의 정신을 이어받고 그들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 지난 2006년 기자의 날을 제정했고, 언론계에 귀감이 될만한 인물을 선정해 ‘기자의 혼’ 상을 시상해왔다.


역대 ‘기자의 혼’ 상 수상자는 고 리영희 교수,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김태홍 80년 5월 당시 한국기자협회장, 김중배 뉴스타파 함께재단 이사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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