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수용소 같은 베이징 올림픽, 역대 최악"

[호텔에 전자레인지도 없어]
숨 막히는 방역 절차 '폐쇄 루프'
공지 계속 변경, 경기장 운영 엉성
기자들 중요 취재 못할까 발동동

중국 베이징 현지에 파견된 기자들이 숨 막히는 방역 절차와 엉성한 경기장 운영 등으로 올림픽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2일 베이징 시내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각국의 취재진들이 기사를 전송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편파판정’ 논란에 휩싸였다. 7일 열린 쇼트트랙 경기에서 석연찮은 2연속 실격 판정을 받은 한국을 비롯해 헝가리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중국의 ‘텃세’ 판정에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팬들부터 대한체육회까지 경기 보이콧을 거론할 정도로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경기 운영뿐만 아니다. 취재를 위해 베이징 현지에 파견된 기자들 역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역대 최악”이라 평가하고 있다. ‘수용소’나 ‘군대’가 연상될 정도로 숨 막히는 방역 절차에, 경기장 운영까지 엉성해 중요한 취재를 못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번 동계올림픽 취재를 위해 우리나라에 배정한 ID카드는 총 80장이다. 다만 실제 베이징 현지에 간 사람은 취재기자 34명, 사진기자 18명 등 총 5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진들은 대부분 지난달 28~31일 사이 중국 베이징에 입국해 개막식 전부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삼엄한 입국 과정과 베이징에서의 ‘감금’ 생활은 특히 주요 보도 거리 중 하나였다. 방역을 위해 취재진 등 올림픽 관계자는 셔틀버스와 방역 택시를 타고 숙소와 경기장, 훈련장, 미디어센터 같은 정해진 장소만 이동할 수 있게 했는데, 이 ‘폐쇄 루프’가 단골 소재가 됐다.


온누리 JTBC 기자는 “밖에 아예 나갈 수 없게 전부 펜스를 치고 지정된 장소로만 데려다 주고 있는데, 너무 답답하다”며 “지난해 도쿄 올림픽 땐 15분간 편의점도 다녀올 수 있었고, 입국 14일 이후엔 격리가 완전히 해제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다 통제 속에 이뤄지니 약간 사람이 위축된다. 사실상 감옥인 건데 앞으로 2주가 더 남았다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조효석 국민일보 기자도 “그냥 저는 재입대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볼 수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 호텔도 4성이라곤 하는데 욕조에 달린 손잡이가 잡자마자 녹과 함께 떨어져 나올 정도로 모텔 수준”이라고 했다.


폐쇄루프로 인해 외부 식당은 물론 배달 음식도 허용되지 않으면서 취재진들은 식사도 호텔 내부나 메인미디어센터 식당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가격도 비싸 대부분의 기자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이나 밀키트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안은나 뉴스1 사진기자는 “외부 식당을 못 가니 메인미디어센터와 호텔 식당에 의지해야 하는데 미디어센터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이 없다”며 “평창 땐 음식도 맛있고 종류도 50가지가 넘었다는데 그때에 비하면 여긴 엄청 별로라고 하더라.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을 주로 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윤 연합뉴스 기자도 “호텔 안 식당 가격이 정말 비싸서 카레가 2만5000원, 룸서비스 스파게티는 3만원 정도”라며 “전자레인지도 없다. 임시방편으로 세면대에 끓는 물을 부어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과 컵밥을 익혀 먹으며 생존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장 운영에 관한 기자들의 불만 역시 상당하다. 조효석 기자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도 처음엔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출입 카드를 발급해 일정 인원을 들어가게 했는데, 오늘 가보니 그게 또 바뀌어서 신청을 하면 그 중에서 추첨을 해서 믹스트존에 들어갈 사람을 선별한다고 한다”며 “기자들 입장에선 믹스트존 인터뷰가 멘트 따는 거의 전부인데 그걸 못하게 될 수 있으니 황당하더라. 공지가 계속 바뀌는 등 운영도 어설프다”고 말했다.


온누리 기자도 “경기장 이동 같은 경우 이런 비효율이 어디 있나 싶을 정도”라며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훈련장 바로 옆에 경기장이 있는데, 6~7 발자국만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가깝다. 그런데도 무조건 셔틀을 타야 돼서 1분도 안 걸릴 거리를 30분 걸려 이동하고, 그 때문에 차준환 선수 훈련이 있던 날은 한국 기자들이 개막식에 늦을 뻔했다”고 했다.


대선을 앞둔 데다 대회 5일차까지 메달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예년 올림픽만큼 높지 않다. 게다가 ‘눈 뜨고 코 베이징’으로 불릴 만큼 판정 논란이 많아 시청 보이콧을 선언한 팬들도 있는 상황이다. 이지은 YTN 기자는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며 “도쿄 때도 그랬지만 이젠 금메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MZ세대 선수들의 즐기는 모습에 국민들이 많은 감동을 받는 것 같다. 보도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메달 획득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있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그저 후회 없이, 노력한 만큼 좋은 성과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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