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적 가치 공유’를 모토로 2011년 11월11일 오전 11시11분 11초에 첫 기사를 낸 <아시아엔>이 창간 10년을 맞았다. 창간 당시 한국어판과 영어판으로 시작한 아시아엔은 아랍어판을 추가하고, 자매지 ‘매거진N’을 발행하는 등 지난 10년간 아시아 각국 기자들과 소통하고 연대해 왔다.
한국기자협회 제38·39대 회장(2002~2005년)을 지낸 이상기 아시아엔 대표는 “창간 10년, 잘한 것도 있지만, 후회와 반성, 아쉬움이 훨씬 더 크다”며 “창간사 때 밝힌 ‘아시아적 가치’ 구현에 우리가 얼마나, 어떤 역할을 했나 자성해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1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먼저 소감부터 말해달라.
“지난 10년을 지켜보고 격려해주신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 좋은 글을 주신 필자 여러분의 고마움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엔은 무엇보다 국내외 네트워크가 풍부하다고 알고 있다.
“우리의 기본정신이 연대고, 네크워크를 통한 상호 발전이 모토다. 2004년 아시아기자협회 창립과 더불어 아시아 각국의 뛰어난 기자들 네트워크가 아시아엔 탄생의 밑거름이다. 그런데, 재정적 원인 등으로 지난 10년간 해외필진들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다행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작년 7월부터 3~4주에 한 번씩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현안 토론 △기사 발제 △아시아 저널리즘 발전방안 등을 토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콘텐츠를 기획, 생산하기도 하는데 어느덧 30회를 넘겼다.”
-그동안 성과라면 어떤 게 있나.
“가장 오래된 일과 가장 최근의 일을 소개하고 싶다. 창간 한 달여 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한국 특파원이 파견되어 있진 않은 아시아 각국 현지 기자들이 자국의 반응과 언론보도를 아시아엔을 통해 전했다. 창간 초기 아시아엔 해외필진들 팀워크와 방향 설정에 좋은 계기였다. 지난 8월 아프간 사태 때는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바레인 등 아프간 주변국 아시아엔 필진들이 기고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아프간 현지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IS-K(호라산)와 칼라시니코프 문화를 심도 있게 파헤쳤으며, 아프간 난민들을 바라보는 인접국의 시각 등을 다뤘다. 독자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정보와 통찰을 제시했다고 본다. 아시아엔을 창간하면서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 편이 되어주자는 것이었다. 2014년 한국인 김모군이 IS 대원이 돼 터키 국경지대 IS캠프로 들어간 사건과 2016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각각 2년 이상 억울한 옥살이를 한 양현정씨와 전대근 목사 사건을 집중보도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지속해서 보도하니 국내 언론사도 관심 갖고 보도하더라. 한겨레에서 언론과 기자의 역할이라고 배웠던 부분인데, 지금도 잊지 않으려 한다. 아시아엔 자매지 매거진N을 2013년 6월 창간한 것도 성과라고 생각한다. 잡지는 누구나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종이매체가 갖는 장점과 매력, 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2014년 5월 삼성 이건희 회장 별세 기사로 언론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년간 가장 뼈아픈 오보다. 믿을 만한 취재원의 제보였더라도 철저하게 사실 검증을 했어야 했다. 오보를 했던 사실이 지워지거나, 유가족과 삼성 임직원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에 대한 송구한 마음이 쉬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작년 이건희 회장 별세 때 삼성의료원에서 조문하며 이 회장 영정에 깊이 사과했다. 아시아엔은 이를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교훈으로 삼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궁금하다.
“사실, 균형, 공정에 바탕하면 10년 뒤엔 지금보다 훨씬 가치 있고 사회가 바라는 매체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시아 각국 기자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체계를 다져 나간다면 진정한 ‘아시아적 가치 공유’에 한 발짝 더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이를 통해 아시아저널리즘도 고양하고 싶다. 기자 초년 배운 대로 기본에 충실하면서 말이다. 나뿐 아니라 아시아엔 직원들이나 해외필진 역시 이런 방향에 공감하기에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이상기 대표는 “아시아엔의 N은 NEXT NEWS NETWORK으로 차세대 뉴스 한마당”이라고 했다. 아시아엔의 상징이 금강송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금강송은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테가 조밀해 잘 썩거나 휘어지지 않고 굵기만으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금강송이 물과 흙과 바람과 햇볕과 더불어 자라듯 아시아엔도 독자들의 다양한 음성과 시선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며 긴 여정을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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