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제4의 바람,言風을 일으키자!
오늘(27일)은 후보등록일. 이제 대선이 딱 3주 남았다. 그러나 웬일인지 선거바람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다. 본래 선거란 국민들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다.
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선거에 유권자들이 흥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모두 냉소주의에 빠져버린 때문일까? 아니면 도대체 찍고 싶은 대통령 후보가 없어서 너도나도 스키장에 갈 계획이나 챙기고 있는걸까?
그렇지 않다. 문제는 언론에 있다. 유권자들이 흥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유권자들의 흥분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제까지의 대선은 지난 4월의 국민경선을 필두로 불기 시작한 노풍, 정풍, 단풍 등 3개의 바람으로 요약된다.
이번 대선을 규정하고 있는 노풍, 정풍, 단풍 모두가 유권자들로부터 불어온 바람을 정치권과 기성언론이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 일어난 현상이다. 세 번의 바람 모두 기성 정치세력이나 기성언론의 예상을 뒤엎은 인터넷세대가 일으킨 바람인 것이다. 기성언론이 일으키지 못한 바람을 인터넷세대가 일으켜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미디어선거라고 불리워진다. 그만큼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은 어떤가. 신문과 방송에선 선거 바람은커녕 ‘바람이 일어날까’ 겁을 내는 듯 죽어있는 바람만 존재한다.
흔히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기성 언론의 대선보도는 이 ‘살아있는 생물체’를 ‘무생물’로 변환시킨다. 유권자들은 실제로 죽지도 않았으면서 죽은 시늉을 하며 시체 흉내를 내는 이 ‘죽어있는 바람’(死風)을 징그러워하며 자기들끼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성 언론과 유권자가 따로 노는 이상한 현상이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선거가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추세다. 물론 제4부로 불리워지는 언론이 향후 5년 또는 그 이상의 미래를 담보하게 될 대선보도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이 겉으로는 공정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공정한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고 또 일선 기자들은 뭐라 꼭 집어서 얘기할 수 없는 곤혹스러운 입장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서더욱 언론의 바람은 불어야 한다. 언론이 이번 대선을 유권자들을 향한 희망의 바람, 축제의 바람으로 전환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언론은 국민들로부터 소외돼 제4부가 아니라 정말 죽어있는 ‘사부’(死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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