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돈 조직 거리의 정치대신 유권자 중심의 차분한 `안방선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마련된 대통령후보 TV합동토론이 이번에도 겉돌 모양이다.
그 원인은 일부 후보의 토론참여 기피와 언론의 무비판적인 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눈치보기와 독단에 있다. 현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거리인 TV합동토론은 내달 3차례(회당 2시간)만 열릴 예정이다. 후보 당 할애시간이 2시간도 채 안 되는 비교토론을 통해 향후 5년간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으란 얘기다. 동네 이장 선거에서 마을현안을 토론하는데도 하룻밤을 넘기는데 `6시간 공연’으로 대통령을 선택하라니…. `유권자 기만극’이라 혹평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도 일보 전진하지 못하고 이전투구의 구습적 선거운동을 되풀이하란 말인가.
TV합동토론은 선관위가 선거제도개혁의 핵심과제로 내건 미디어선거 활성화대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합동토론의 확대를 위해 적극 노력하지 않은 데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후보 단일화 토론도 사실상 가로막았다. 선거방송을 다루는 대선방송토론위도 합동 토론 횟수를 `선거기간 중 3회’로 한정, 아쉬움을 남겼다.
문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오만한 태도에도 있다. 틈만 나면 정치개혁을 부르짖던 이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이전의 합동토론을 모두 기피하고 있다. 상대후보의 공격을 피하고 한 사람이라도 참여하지 않으면 무산돼 버리는 합동토론의 속성을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진영의 단일화 토론에는 제동을 거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토론기피는 유권자에 대한 모독일 뿐, 결코 선거전략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자신의 약점과 곤혹스런 상대의 질문 쯤에 겁을 내서야 외교 안보 경제 등 재임 기간중에 숱하게 닥칠 위기들을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어느 유권자가 믿겠는가.
언론도 `이회창 대세론’을 의식해서인지 이 후보의 토론기피에 대해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각 방송사의 개별토론은 예우가 지나쳐 `후보 홍보장’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후보간 TV합동토론을 촉구하는 기획기사도 한 줄 찾아보기 힘들다. 여론과 정치개혁을 거스르는 후보에 대한 비판과 압박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인데도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비교검증을 외면하는 토론기피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며 선거기간 중 언론이 제자리 찾기에 충실해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선관위와 선거방송토론위도 이번 선거에서 미디어선거가 꽃을 피우도록 유권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당장 합동토론 횟수를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주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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