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 발족식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선 언론윤리헌장을 대하는 현장 기자의 인식, 언론 윤리 원칙 개선과 실천을 위한 제언이 나왔다. (▶관련기사: 언론단체‧학계 '윤리헌장' 확산 손 모은다)
언론윤리헌장은 저널리즘 기본 원칙과 함께 시대 변화를 반영한 언론의 책임, 인권 존중, 디지털 기술 수용 등 오늘날 언론인이 실천해야 할 윤리규범이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 1월 제정했다.
윤리헌장에 담긴 9개 원칙은 △진실을 추구한다 △투명하게 보도하고 책임 있게 설명한다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공정하게 보도한다 △독립적으로 보도한다 △갈등을 풀고 신뢰를 북돋우는 토론장을 제공한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품위 있게 행동하며 이해상충을 경계한다 △디지털 기술로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등이다.
토론회에서 '최근 5년의 변화와 현장 기자들의 윤리적 딜레마'를 주제로 발표한 최미랑 경향신문 기자는 "언론사 안에서도 세대별로 윤리감수성에 온도 차이가 있다"며 "데스크보다 현장 기자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윤리의식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특히 최근 5년간 발생한 여러 사건이 MZ세대 기자들의 윤리의식 확립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김영란법 시행(기자 윤리 법제화), 강남역 살인사건과 '여험살인' 논쟁(페미니즘 부상),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플랫폼 확산이 대표적이다.
최 기자는 "MZ세대 기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이 친숙해 동료 간 상호평가를 많이 하고 혐오와 차별에 대한 감수성도 높다. 기사의 취지가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는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보면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며 "다만 데스크들이 이전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취재‧보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 윤리 개선을 위한 제언'을 발제한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윤리헌장이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고 △현장에서 실천하도록 강제해야 하며 △편집인‧편집국장‧부장 등 에디터의 책임을 묻는 규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해외 언론사의 윤리규정을 제시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일례로 뉴욕타임스는 '익명 취재원' 규정을 3단계로 세분화했다. 취재기자는 '일반적인 기사'에선 익명 취재원의 이름과 그가 속한 조직에서의 역할을 부장에게 비밀로 전달해야 한다. '다소 민감한 기사'를 쓸 때는 익명 취재원의 신원 정보를 편집국장이나 편집인하고만 공유하기를 원할 수 있다. 신원이 노출되면 취재원이 극단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는 '극히 민감한 기사'의 경우 기자는 편집인에게 취재원의 전적인 비밀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 마련을 넘어 현장에서 규정을 실천하게 하려면 기자들에게 서명 강제, 교육, 강력한 처벌, 에디터 책무 규정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대부분의 해외 언론사는 기자들에게 윤리규정에 서명하도록 한다. BBC에선 윤리규정을 외우게 하기도 한다"며 "규정 위반 시 처벌도 강력하기 때문에 기자들이 지키지 않을 수 없다. 실천을 강제하는 수단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해외 사례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윤리 교육 프로그램 제도화(특히 간부들부터) △해당 교육 이수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지원 자격으로 명시 △교육 이수자에 한해 공공기관 출입 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어떤 윤리규정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한국형 윤리규정을 모색하는 데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포함해 학계와 업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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