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새벽 서울 도봉구 D맨션 1층 계단 문 뒤에 이 맨션 4층에 사는 김 모 할머니(71)가 숨어있었다. 최근 이 맨션으로 이사온 날부터 ○○일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신문배달 사원을 잡으면 ‘XXX를 비틀어버리겠다’고 격분해 있었다.”
이달 초 개장한 문화일보 인터넷뉴스 ‘知KEY’에 대학(원)생들이 취재, 작성한 현장기사 가운데 혼탁한 신문시장의 현실을 꼬집은 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경희대학교 사이버대학교에 재학중인 임귀순 지키는 최근 작성, 송고한 기사 ‘판촉이라 해야 하나, 추태라 해야 하나’라는 기사를 통해 신문 강제투입과 관련 자신의 일상에서 벌어진 일들을 전했다.
임씨는 지난 17일 지키사이트를 통해 신문투입을 막기 위해 이른 새벽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배달원을 기다리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신문지국에 수차례 전화해 신문배달 중단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자 아예 계단에 나앉아 신문배달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김 할머니의 집에 신문이 들어오지 않을 때 쯤 이번엔 이 글을 올린 임씨의 집에도 ○○일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 할머니처럼 계단을 지키던 임씨와 임씨의 칠순아버지는 배달원을 만나 “봐라” “안본다”면서 실랑이를 벌이다 급기야 파출소 신세까지 졌다.
임씨는 기사에서 “파출소에서 한참을 실랑이하고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는데 하늘에 떠있는 새벽별이 더 슬프게 하고 찬이슬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고 표현했다.
임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요즘 지역에서 부쩍 불법판촉과 강제투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이 발생해 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게 됐다”면서 “보기 싫은 신문을 보지 않기 위해서 파출소까지 들락거려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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