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창간호를 내며 세상에 나온 기자협회보가 오늘 2000호를 발행합니다. 반세기 넘게 기자사회의 광장으로 자리매김한 기자협회보에는 기자들 이야기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언론자유에 대한 열망, 언론사 조직의 부조리에 대한 도전, 해직 언론인에 대한 연대, 때론 고단한 기자생활의 흔적들이 줄기에서 가지로, 무수한 잎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협회보는 한국 언론의 살아있는 역사를 한 줄 한 줄 치열하게 기록하려 노력했습니다. 1975년과 80년 두 차례 강제 폐간당하는 시련을 겪은 것도 불의의 시대에 맞섰기 때문입니다. 원로 언론인 김중배 선생은 “기자협회보에는 기자들의 분노, 저항, 좌절, 체념 그리고 일부 순치의 역사까지, 다시 말해 자랑스러운 역사, 부끄러운 역사가 모두 들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자로서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라고 합니다. 요즘처럼 냉소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한 때가 있었을까요. 욕을 먹는 건 다반사고, 정당한 보도를 가짜뉴스로 덧씌우고, 기자 개인을 향한 신상털이에 악의적인 소송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기자님’이라는 특권이 들어찰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합니다. 시대는 달라졌는데 오랜 관행대로만 취재보도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한 줄의 팩트를 건지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들,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기자협회보는 기자들의 삶에 밀착하겠습니다. 저널리즘이 불신받고 있는 언론 현실을 파고들고 변화를 모색하는 공론장이 되겠습니다.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지령 2000호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김성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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