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논조따라 춤추는 도구 아니다"

김경수 화백 4개 매체 만평 동시 게재

신문이나 잡지에서 만평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촌철살인의 풍자로 독자들의 폭소와 함께 긴 여운을 남겨야 하고 또 매체의 얼굴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명의 만평가는 한 매체에 고정만평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다.

김경수 화백은 현재 일간 내일신문과 매일신문, 주간 시사저널, 월간 신동아 등 모두 네 개 매체에 만평을 게재하고 있다. 공식 소속은 내일신문 국장석.

순수회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던 김 화백이 만평가 대열에 합류한 것은 96년 조선일보 시사만화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입상하면서부터다. 당시 매일신문에서 시사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김 화백은 자사 공모전 대상수상자를 ‘자연스럽게’ 영입하려던 조선일보의 제의를 거절해 화제를 낳았다. “매일신문에 만평게재를 시작했는데 조건을 보고 옮길 수는 없다”는 게 그 이유. 돈과 자리보다는 의리를 선택한 것이다. 김 화백은 “큰 신문사에서 시작하지 않은 게 다양하고 폭넓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매일신문에 게재된 김 화백의 만평이 호평을 받자 내일신문, 시사저널에 이어 신동아까지 만평게재를 부탁하는 신문사가 줄을 이었다.

내일신문과 매일신문은 일간지이기 때문에 김 화백은 하루에 2개 이상의 만평을 그리고 있다. 가끔씩 4개 매체의 마감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에는 많이 힘들지만 만평을 보고 메일이나 전화로 격려해주는 독자들이 있어 다시 기운을 차리게 된다”고 말하는 김 화백은 대선과 관련 정치권이 요동치는 요즘은 소재선택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은 ‘성수기’라고 한다.

김 화백은 “만평은 폭과 범위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모니터링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회장 백무현) 회원이기도 한 김 화백은 “만평이 뉴스에 따라 춤추는 신문논조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면서 “시사만화가들도 만평을 폭넓고 다양하게 그릴 수 있는 ‘시사만화 권리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관석 기자 [email protected] 전관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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