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며] 대북보도 국제경쟁력

광활한 대륙,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수도 북경에 파견돼 있는 특파원들의 숫자는 각사마다 대체로 1명꼴이다. 이 1명의 인원으로 중국 대륙의 각종 사건과 대북 소식까지 챙겨야 한다.

얼마전 잇달아 터진 탈북자들의 공관진입 및 망명요청사건으로 북경 특파원들은 내내 긴장속에 살아야 했다. 그런데 숨돌릴 틈도 없이 이번엔 북한에서 또 ‘사건’이 터졌다. 지난달 19일 신의주가 입법-사법-행정권이 독립되는 특별행정구역로 지정된 것이다. 특파원들은 한걸음에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단둥(丹東)으로 달려갔다.

아직 신의주땅을 밟고 현지 표정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외신발로 보도되던 신의주 특구 관련기사들이 한국 기자들에 의해 국내에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양빈 장관이 기자회견을 위해 중국으로 오는 날에는 선양으로 이동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다시 북경도 들락거려야 하는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북한관련 뉴스가 터질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높아진 관심, 남북 관계의 진전 등 취재영역은 넓어지는데 취재조건은 ‘몸으로 때우는’ 방식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교도통신이 북경에 북한 전담 특파원을 두고 지속적으로 취재한 결과 지난 7월 1일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첫 보도한 것에서는 부러움을 넘어 부끄럽기까지 하다. ‘남’들이 그렇게 뛸 때 정작 같은 민족인 우리는 외신이나 받아쓰며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단둥으로 이동한지 열흘째,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북경 특파원의 목소리는 피곤함 속에서도 대북보도의 새 지평을 연다는 활기가 묻어 있었다. 그 지평을 여는 일에 이제 언론사도 적극 나서야 한다. 대북보도 경쟁력의 현주소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질 때다. 전관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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