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화해의 시대' 여는 신중 보도를
북한을 둘러싼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달 중순 준이치로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평양방문에 이어 이달 3일부터 5일까지는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가 북한을 방문한다. 김일성 주석과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에 대한 북한의 과감한 사과를 바탕으로 북-일 수교협상 재개에 합의했듯이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의 방북에서도 북-미간의 최대 현안인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 동결과 대북 핵사찰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동북아 평화 및 남북 화해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는 점에서 나라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이러한 변화가 북한의 주도적 결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것으로 보인다.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은 이런 측면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과거의 나진, 선봉 특구 때와 달리 신의주에 대해서는 홍콩과 같은 자치권과 무비자 입국이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한 데다가 자치장관에는 중국인 출신의 네덜란드 사업가인 양빈을 임명했다.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북한이 부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참석시키기로 한 것과 남북 당국간의 합의사항이었던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사업의 실천에 적극 나선 데서도 북한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미뤄 북한이 오랜 망설임과 계산 끝에 마침내 개혁과 개방의 길로 한발 성큼 나선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민족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는 바야흐로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 마느냐는 비단 북한 자신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남북의 평화공존과 동북아의 안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문제를 둘러싼 보도에 있어 언론의 구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장기적이면서도 민족적인 관점에서 남북간 화해를 도모하는 신중한 보도가 필요한 것이다. 자칫 신중치 못한 보도로 민족사의 순조로운 흐름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결과 대립 지향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상호 공존의 평화 지향적인 보도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나라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현대를 통한4억달러(4900억원) 대북 지원설 역시 차분한 접근과 보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문제와 관련된 사안은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주의나 상대를 흠집내고 보자는 식의 정략주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북한과 관련된 문제는 ‘옷 로비 사건’이나 ‘진승현 게이트’ 등 우리 사회 내부의 추문과는 다른 차원의 복잡미묘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의 문제제기나 폭로는 그만큼 확실해야하며 언론의 보도 또한 신중하고 차분해야한다. 우리는 물론 야당이 제기한 ‘대북 4억달러 지원설’의 진위 여부를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연이은 폭로와 그에 대한 인용 보도가 사실 확인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면책특권이 있는 의원들의 폭로는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법적인 책임을 벗어나지만, 언론의 인용보도는 그 경우 법적 책임뿐 아니라 역사적 책임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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