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언론인권센터가 주최한 ‘언론보도 피해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언론인권센터 후원의 밤을 겸한 이날 행사에는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후 무죄석방된 외과의사 이도행씨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황장엽씨의 주장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던 재독한인학자 송두율 교수가 자신의 보도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송 교수는 준법서약서 작성에 불복해 귀국이 불허되고 있는 상태여서 서면으로 대신했다.

사례발표에서 이도행씨는 “언론은 정확한 사실전달을 회피하거나 복선을 깔아놓은 듯 부정확한 언어로 표현했다”면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이 사건이 OJ 심슨 사건과 유사하다느니, 변호사를 잘 만나서 무죄를 받을 수 있었다느니, 핑퐁재판이니, 고법이 판결했다 하여 범인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등 불분명한 논조를 주저없이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씨는 이어 “전문성 없이 여론몰이 식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경종을 울려야 하며 법원의 재판을 다시금 여론 재판하는 잘못된 관행도 바뀌었으면 한다”고 질타했다. 이씨는 끝으로 “또다른 제2, 제3의 이도행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라고 밝힌 후 단상을 내려왔다.

서면으로 보도피해 사례를 발표한 재독한인학자 송두율교수(독일 뮌스터대학)는 조선일보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송 교수는 “내가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국정원의 회신을 그대로 보도한 월간조선 99년 4월호에 대해 나는 조목조목 증거를 들어 반박했는데도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은 이러한 반박에 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밝혔다.

송교수는 “언론재벌이 누리는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법정으로 몰고 가거나 아니면 소송하려면 해보라는 식으로 배짱도 내민다”며 “기회만 있으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언론폭력이 있는 한 피해자는 속출하게 마련이다”고 주장했다.

전관석 기자 [email protected] 전관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