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일부 언론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과거에도 정-언 갈등은 계속 있어왔지만 요즘처럼 당 수뇌부들이 앞장서고 언론과 관련한 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등 당 차원의 대응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방송사를, 민주당은 일부 신문사를 지목해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 ‘MBC스페셜’ 보도 이후 구성했던 ‘편파방송대책특위’(위원장 현경대) 활동을 강화하고 있고 민주당은 13일 ‘한나라당언론장악음모저지특위’(위원장 이협)를 구성하는 등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일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양 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재·보궐선거 하루 전날인 7일.
한나라당 ‘편파방송특위’는 지난 7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방송사 보도는 편파보도”라고 단정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간 MBC측과 불편한 관계였던 한나라당은 이번엔 KBS, SBS, YTN까지 포함시키며 공격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병역비리의혹사건을 둘러싼 천용택 의원 관련설, 민주당 병역특위 보고서 등 당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보도되지 않은 점을 편파보도 사례로 들었다. 특위는 자료를 통해 국회 문광위 소집, 방송사에 항의공문 발송, 편파보도사례 배포, 언론중재위 제소 등 단계별 대응책도 제시했다.
특정언론에 대한 민주당의 감정은 7일 오전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터져나왔다.
회의 서두에서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일부신문의 편집태도를 보면 언론이 이미 줄을 다 섰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으며 여기에 언론계 출신 의원들이 가세했다. 임채정 의원은 “도저히 기자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했으며 이낙연 대변인은 “한나라당 당보의 취재에 협조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배기선 기조위원장은 “조중동만 이야기하겠다”며 특정언론사 이름을 거명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미 “일부 언론이 ‘신당=분당’이라는 식의 기사로 당이 곧 깨질 것 같은 기사를 내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었으나 7일 이후보의 기자회견과 한 대표의 기자회견을 다룬 일부 신문이 이 후보만 부각되게 편집, 보도했다는 점이 대언론공세를 취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치권의 언행에 대해 대선을 앞둔 ‘언론흔들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판적인 보도를차단하려는 정략적 냄새가 짙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방송을 민주당은 일부 신문만을 겨냥하고 나선 것에서 보듯 자기당에 ‘불리한 편파’만을 문제삼고 ‘유리한 편파’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이중적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자기 당의 입맛에 맞으면 공정하고 이를 비판하거나 보도하지 않으면 편파, 불공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언론의 편집권을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민주당 출입기자 역시 “보도에 대한 편파성과 공정성은 국민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지 정치권이 먼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전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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