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사실보단 정치인·재벌과 더 가까워"

독일 언론인 안톤 숄츠 '장충기 문자' 보도 등 언급


“사실과 너무 멀리 떨어졌고 정치인, 재벌과 가깝다.” 외국 언론인의 눈에 비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다. 안톤 숄츠<맨 오른쪽> 독일 공영방송 ARD 기자는 지난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2018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비판적 관점으로 보는 한국의 언론>을 발표했다.


숄츠 기자는 한국 언론인이 재벌 및 정치인과 공모해 여론을 형성한다는 점, 사실을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뉴스를 내보내는 것을 더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장충기 문자’에 나오는 자녀의 취업을 청탁한 기자, 좋은 기사 써드리겠다며 홍보 예산을 요구하는 모습 등을 거론하며 “이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 언론은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 어떤 키워드를 사람들이 많이 봤나 확인하면서 기사 쓰고, 그러다보니 사실인지 아닌지는 다음 문제고, 정확한 뉴스보다는 빠른 뉴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익명에 기댄 보도가 많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숄츠 기자는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재벌·정치인과 저널리즘의 분리 △팩트 더블체킹 △언론자유 수호 등을 제시하면서 특히 언론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는 파워 때문에 일하는 게 아니다. 다른 누구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진실을 계속 보도해야 하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숄츠 기자는 “해직기자가 MBC 사장이 된 것이 흥미로웠다”며 “진보정부가 들어섰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KBS와 MBC가 더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KBS와 MBC는 변화 중이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역사에서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평가했다. 일본 식민지 시절 일본인들과 싸웠고, 군사정부에 대항했고, 부패와 싸웠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집회는 저널리즘의 힘이었다고 했다.  숄츠 기자는 “한국 저널리즘의 역사를 보면 좋은 기자들이 있었다. 고문이나 죽음 등 두려움을 딛고 언론자유를 지켰던 기자들이 없었다면 한국에 민주주의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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