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가장 잘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는 통계다. 기사에 데이터가 포함돼 있으면 자연스레 신뢰가 높아지고 객관성이 담보된다. 그래서 경제 기사에는 이른바 숫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물론 통계에도 함정은 있다. 표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의 결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맛에 맞는 통계만 가져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유혹도 항상 존재한다. 때로는 합칠 수 없는 서로 다른 두 통계를 혼용하는 기자들도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핵심에는 통계가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격히 줄었다는 고용동향과 소득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가계동향 조사 결과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1·2분기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각각 8%, 7.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고,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와의 격차가 벌어져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분석됐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했어도 오히려 저임금 계층에 타격을 주는 역효과를 가져온다며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샘플 자체가 달라진 점은 간과했다. 당초 가계동향 조사를 없애기로 하면서 매년 3분의1씩 샘플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고 표본을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늘리면서 1인 가구, 특히 빈곤층이 많은 고령층 비중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 표본도 늘어났고 구성도 바뀌어 지난해와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한데 드러난 결과만을 놓고 문제라고 지적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언론이 통계의 함정에 빠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됐을 때는 “한국은 2분기에 0.7% 성장하는데 그쳤는데, 미국은 무려 4.3% 성장했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왜냐면 2분기 성장률은 한국 0.7%, 미국 1.0%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환산된 수치이고, 한국은 전기 대비 성장률인데 같은 기준인 것처럼 단순히 비교한 왜곡 보도가 속출했다. 이 같은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 일종의 ‘가짜뉴스(fake news)’가 되는 문제로 번지게 된다.
통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 없이 기계적으로 보도자료를 처리하는 관행도 허다하다. 최근 한 핀테크 업체가 40대 여성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341%로 매우 취약하다는 자료를 냈다. 1인당 갖고 있는 부채가 자산 대비 세 배가 넘는다는 놀라운 사실에도 세부 내용을 분석하는 매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알고 보면 이 업체는 자산과 부채 모두 이용자의 은행계좌만을 근거로 집계했고 증권이나 실물 자산이 포함되지 않음에 따라 통계에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로는 총 금융자산이 3667조원(지난해 기준)으로 금융부채(1687조원) 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은 것이 한국은행의 통계인데, 기자들이 고민 없이 잘못된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말았다.
우리가 ‘통계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이유는 경제정책의 기반이 되는 통계가 흔들리면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마찬가지로 신뢰를 확보한답시고 유리한 자료만 인용해 현실을 가리거나 통계자료를 비판, 검증 없이 받아들인다면 이는 곧 언론의 신뢰성을 갉아먹고 만다. 기자들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통계의 오류와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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