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정은진 사진기자는 지난 4월 한겨레신문을 저작권법 위한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정 기자가 촬영한 사진이 사전 협의 없이 지난 3월9일자 한겨레 지면과 온라인에 실린 걸 발견하고나서다.
해당 작품은 정 기자가 2008년 콩고 현지에서, 눈물 흘리는 소녀를 촬영한 사진이었다. 지난 2014년 정 기자가 참여했던 한 전시회 측이 홍보를 위해 한겨레에 제공한 것이다. 한겨레는 이를 자사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했다가 4년 뒤인 올해 다른 기사의 관련 사진으로 사용했다. 결국 한겨레가 사진을 내리고 지난달 정 기자에게 배상금 300만원을 지급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한겨레 관계자는 “몇 년 전 한겨레21이 사용하고 DB에 등록됐던 사진을 최근 편집국에서 모르고 다시 쓰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저희의 실수여서 작품료와 위자료 명목의 합의금을 드리는 방식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국내에 거주하며 14년째 외신과 작업해온 정 기자는 “한겨레는 가장 최근 사례일 뿐 이런 일은 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발성 기사작성을 위해 프리랜서 기자나 사진작가의 작품을 받은 뒤 DB에 저장하고 이를 죄책감 없이 사용하는 국내 언론의 관행은 악습이자 갑질”이라고 꼬집었다.
보도사진 저작권을 둘러싸고 원작자와 국내 매체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박준수 프리랜서 사진기자도 저작권 침해건으로 국내 언론사 3곳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박 기자와 계약을 맺은 외신기사를 국내 언론들이 받아쓰면서 그가 촬영한 사진까지 무단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영미권에 비해 프리랜서가 많지 않는 국내 언론계는 사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프리랜서 기자의 사진은 한 건당 값이 매겨지다보니 저작권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해외 매체에 실린 사진을 캡처해 보도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인데, 국내 언론계에선 큰 문제의식 없이 통용되고 있다.
줄곧 외신과 일해 왔다는 박 기자는 “사진을 찍은 기자가 저작권을 가지고 매체는 사진의 독점사용권을 일정기간(일간지 7~10일, 잡지 3~6개월) 행사한다는 계약이 일반적”이라면서 “해당 기간이 끝나면 기자가 저작권과 함께 판매권도 갖는다. 국내 언론은 프리랜서 기자들과 일한 경험이 적어서인지 저작권, 사진 재판매라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동희 한국사진기자협회장은 “과거엔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인데 최근 들어 분쟁 사례가 눈에 띈다”며 “사진 저작권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사진기자협회 소속 매체들은 타사 사진을 받아쓰는 걸 특종의 개념으로 여기고 서로 게재 허락을 받기도 쉽다. 외신의 경우 당장 허가를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서도 “사진·취재·편집·디지털 등 전 분야 기자들이 외신이나 DB에 저장된 사진을 쓸 때 저작권 침해 여부부터 인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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