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해외 연수 기회가 대폭 준 데 대해 자체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삼성언론재단이 해외연수 지원 사업을 폐지하는 등 외부 기관들이 지원을 끊으며 회사 재원으로 연수비를 메워야해서다.
조선일보는 지난해부터 자체 비용으로 운영하는 ‘장기 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해 해외 연수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연수기간은 1년을 원칙으로 하되 프로그램은 본인이 선택하도록 했다. 체재비 월 3000달러를 비롯해 학비 연 5000달러, 본인 항공료 등이 실비로 지원된다. 연수 기간 동안 급여는 기본급의 절반이 추가로 지원된다. 조선은 이와 별도로 연수특파원 제도인 ‘글로벌챌린저 프로그램(GCP)’도 진행 중이다. 뉴스가 있는 지역에 가서 연수와 특파원의 업무를 병행하는 제도로, 대개 1년에 5~6명씩 선발된다. 조선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회사 차원에서 ‘연수 못가는 사람 없게 하겠다’고 천명하고, 자체 연수가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7월부터 새 해외연수제도인 ‘DNA 프런티어’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1년 단위 장기 연수 프로그램과 3개월 과정의 어학연수 프로그램, 최대 1개월 단위의 글로벌 크리에이터 과정이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연수 혜택을 받은 직원은 총 11명. 연수대상은 기자와 PD, 미디어경영직 등 전 직원으로 확대됐다. 동아는 장기 연수 대상자에 2000만원의 교육비와 월 300만원의 체재비, 월 400만원의 활동지원비, 항공료 등을 지급한다. 한 사람당 1억원 안팎의 비용을 지원하는 셈이다. 어학연수 프로그램의 혜택도 이에 못지않다. 1000만원 가량의 교육비와 체재비(월 300만원), 활동지원비(월 400만원), 항공료 등이 지원된다. 이외 글로벌 크리에이터 과정에는 500만원의 교육비 등이 포함된다.
중앙일보와 JTBC도 인재 발굴 차원에서 자체 지원을 확대했다. 근속년수와 업무 능력, 어학 역량 등 기본적인 자격 요건을 채운 직원들은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중앙 관계자는 “1년간 연수지원비와 체재비, 학비, 항공료 등이 지원된다. 지난해 5명, 올해 7명의 직원이 미국과 일본, 영국, 중국 등으로 연수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는 해마다 4명씩 연수 대상자를 선정해, 수당을 제외한 임금만큼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장거리의 경우에는 비용이 빠듯한 게 현실. 내부에서는 자비 연수 확대 방안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다. 매경은 최근 6개월 단위의 ‘실리콘밸리 단기 연수제’도 도입했다. 5~8년차 사이의 주니어 연차가 대상이다. 월급과 함께 체재비와 항공비 등을 회사에서 대주는 방식이다. 매경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반년 단위로 1명씩 보내진다. 신문과 방송이 번갈아서 선정될 방침”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기자가 원하는 국가를 정해서 1년간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연수특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연수와 특파원 업무를 병행하는 만큼, 기존 연봉은 그대로 받고 추가로 체재비를 지원받는 방식이다. 한경 관계자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처음으로 보냈고, 올해는 중국과 미국 등에 3명의 기자를 보낸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회사 차원의 지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KBS와 MBC의 경우에는 지난해 공정방송 파업 이후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어, 해외 연수제에 대해 논의할 겨를이 없는 상태다. 다만 이들은 해외 콘퍼런스 등과 같은 ‘단기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다. KBS는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미국탐사보도협회의 국제 컨퍼런스(IRE)에 직원 8명을 보낼 예정이다. 예산은 3600여만원. 지난해보다 1500여만원 늘어난 규모다.
MBC도 자체 비용을 들여 IRE와 월드모바일콩그레스(WMC) 등 해외 컨퍼런스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각 본부별로 할당된 예산에 따라, 연수 프로그램을 재개할 계획이다. 내부 관계자는 “해외연수에 책정된 예산은 전체 인재개발예산의 30% 규모”라며 “매해 50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가는 장기 연수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올해는 조직 사정으로 아직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SBS에는 2주에서 1개월, 6개월, 1년 등 장단기 자체 연수 프로그램이 있다. SBS 관계자는 “외부에서 지원하는 연수는 대부분 중지돼 거의 가지 않고 있다. 자체 예산을 이전보다 넓게 잡은 이유”라며 “경영현황이나 인력운영에 따라 탄력적으로 해외 연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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