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단단한 재정 위에서만 저널리즘의 독립과 언론자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방상훈 사장은 "미디어 업계의 경영환경도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내수기업의 침체로 광고시장은 위축될 것이고, 종이신문의 구독감소 추세로 판매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각 부문마다 낭비적 요소가 있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혁신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사원 여러분,
무술년(戊戌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리는 지난해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이 열심히 뛰어 광고 판매 모두 굳건히 1등을 지켜냈고, 연말 격려금도 지급할 수 있었습니다. 사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해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났고,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의 사시(社是)를 되새겨야 합니다. 정의옹호(正義擁護)와 불편부당(不偏不黨)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사명입니다.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는 신문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외면하거나 반대하지 말고, 오직 엄정한 사실에 기반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되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말 ‘조선일보 윤리규범’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본사 주필이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나는 불행한 일이 발단이 됐습니다. 뼈를 깎는 자성의 마음을 담아 조선일보 윤리위원회가 1년 2개월간 고민을 거듭해 내놓은 성과입니다.
윤리규범은 모호한 원칙이 아닙니다. 당장 실천할 행동준칙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기자로서 양심에 따라 자긍심을 걸고 지켜야할 도덕적 기준을 적은 것입니다. 기자는 자긍심을 먹고 살고, 언론은 신뢰를 먹고 삽니다. 언론이라는 그릇이 독자들의 신뢰를 잃고, 기자들이 자긍심을 잃어버리면 그릇으로서 더 이상 기능할 수 없습니다. 본사 간부와 기자들 모두가 윤리규정을 가슴에 새기고 행동으로 옮겨 스스로의 가치와 자존심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사원 여러분.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통일에 대한 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북한의 독재정권 밑에서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북한 동포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북한 주민의 인권회복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쌓여 결국에는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릴 거라 믿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이 있는 겁니다. 벼락처럼 닥친 독일 통일을 기억하고, 쉼 없이 통일의 씨앗을 뿌리고 준비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통일을 말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통일을 위한 길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합니다.
사원 여러분,
조선일보는 올해 98주년을 맞이합니다. 이제 창간 100주년이 2년 남았습니다. 지난 100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다가올 100년입니다.
정도 언론으로 걸어온 길이 아무리 자랑스럽다 한들 지금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성과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지난 100년, 선배들이 남겨주신 빛나는 유산을 되새기고 우리가 계승할 바를 숙고해야 합니다. 올해부터 ‘조선일보 100년’ 기념행사와 기획, 사사편찬 작업이 시작될 것입니다. 조선일보 가족 모두가 힘을 모아주십시오.
사원 여러분.
조선일보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면서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저널리즘의 정착입니다. 조선일보는 이제 ‘새벽을 여는 신문’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24시간 새벽을 여는 디지털 매체가 돼야 합니다. 온 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물리면서 다양한 정보와 정론의 목소리가 조선미디어의 플랫폼에서 돌아가도록 올해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산더미 같은 정보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정보 과잉속에서 가장 정제된 형태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매체는 신문입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런 신문의 콘텐츠가 중심에 서야 하고, 신문을 만드는 사람은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제작해야 합니다.
사원 여러분.
올해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환경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수출기업의 실적 호조 등으로 착시 현상이 있지만,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 직장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업계의 경영환경도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내수기업의 침체로 광고시장은 위축될 것이고, 종이신문의 구독감소 추세로 판매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각 부문마다 낭비적 요소가 있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혁신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단단한 재정 위에서만 저널리즘의 독립과 언론 자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합니다.
사원 여러분,
올해 경영적 어려움이 다소 있더라도 최고의 인재를 키워야 최고의 신문을 만들 수 있다는 조선일보의 정신으로 사원들의 교육과 글로벌챌린지프로그램, 해외 연수의 기회는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또한 간부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글쓰기와 디지털 역량 등 업무에 필요하면서도 개인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보강하겠습니다.
1월1일부터 본지는 ‘아이가 행복입니다’라는 신년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으로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입니다. 우리 회사부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사원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휴가제도, 보육시설 등을 포함해 피부에 와 닿는 육아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겠습니다. 일터와 가정에서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회사가 울타리가 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습니다.
올 한 해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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