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뉴스편집을 둘러싼 의혹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수많은 의혹 제기에도 관련 사실을 부인했던 네이버 역시 관련 보도가 나자마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접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네이버는 ‘스포츠·연예’ 뉴스에 국한된 문제라며 일반 뉴스와 선을 분명히 그었지만, 이번 사태의 여파는 정치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스포츠전문 온라인매체인 엠스플뉴스는 지난 20일 <[단독] 네이버, 축구연맹 ‘청탁 문자’ 받고 기사 숨긴 정황 포착>이란 기사를 통해 “네이버 고위층이 직접 기사 재배치 청탁을 받고, 이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프로축구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연맹 비판 기사를 뉴스 수용자가 잘 볼 수 없는 곳에 재배치해 달라’고 청탁하자 네이버가 이를 적극 수용했다는 의혹”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관련 보도 이후 4시간 만에 이런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의 글을 네이버스포츠 공식포스트에 올렸다.
한성숙 대표는 이날 “네이버가 약속해 온 투명한 서비스 운영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사용자와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라며 “사업 제휴와 뉴스서비스가 혼합되어 있는 조직을 분리하고, 다양한 AI 추천기술을 적용해 내부 편집자가 기사배열을 하는 영역을 줄이는 방향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네이버는 기사배열 책임자를 일원화하고 투명성위원회가 기사 배열에 대해 점검하기로 했다.
문제는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뉴스배치 조작 등이 이번 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A경제지 기자는 “네이버 스포츠채널은 물론 여타 채널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의 영향력·집중도 등은 커진 반면 윤리성, 책임성 등은 자율을 내세우면서 제대로 관리감독이 안된 측면이 크다”고 꼬집었다.
특히 네이버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기 전까지 공정성·신뢰성 논란은 지속될 뿐더러 다른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한겨레는 지난 21일자 <네이버 “청탁받고 기사 숨겨”…뉴스 배치 조작 시인>기사에서 “네이버 뉴스 콘텐츠의 배치와 관련한 공정성 시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불거졌다”며 “최근에도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네이버가 삼성 요청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작업 관련 기사를 축소 배치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고 보도했다.
B신문사 고위간부는 “네이버는 인위적인 개입은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동안 이를 믿었던 언론사와 이용자를 속인 것”이라며 “네이버에 대한 의존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번 일이 발생한 것인데 과연 알고리즘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계의 의구심에 대한 네이버의 대응 방식 역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C사 담당 간부는 “채널(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서비스)서비스를 통해 편집권은 언론사에, 구독권은 독자들에게 준다고 했지만 제대로 시행하려면 독자들이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해당 언론사에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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