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의 임기는 지난 25일 끝났지만 차기 사장을 뽑기 위한 일정은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차기 사장 인선을 위해선 먼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2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임추위 구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정도로 늦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 유관기관 수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해당 기관의 업무 공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 역시 지난 22일 민병욱 신임 이사장 취임 전까지 9개월 동안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였다. 김병호 전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말 만료됐지만 후임 이사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9개월 간 전임 이사장이 맡는 상황이 지속된 것.
언론재단 이사 3명 중 가장 선임인 경영본부장(이사) 임기 역시 지난 4월13일 끝났지만 인선 일정은 미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경우 지난 6월 제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이임식이 열렸지만, 차기 위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4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다.
이처럼 공공기관 수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는 최근 인사 파행에 따른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이어 이달 들어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낙마했다. 공공기관 특성상 국무위원, 처·청장 등에 이어 인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 보수정권처럼 정부가 바꿨다고 해 공공 기관장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사퇴를 종용하던 관행이 사라진 것도 주된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언론계 한 관계자는 “낙마가 많아지면서 인사 시스템을 개선한 뒤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두 공공기관과 달리 방심위는 정치적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자유한국당이 방심위 위원 추천 몫을 기존 1명에서 2명을 고집하면서 파행을 겪고 있는 것. 그동안 관례상 정부·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해왔다.
문제는 공공기관 수장 교체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당 기관의 업무 공백은 물론 ‘국민혈세’ 낭비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언론재단 이사장과 이사의 지난해 연봉은 각각 1억5892만원, 1억2714만원(경영평가성과급 포함)이다.
더구나 국정감사(10월12~31일)를 앞두고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지난 25일자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4개월째 위원 임명이 지연되면서 방송심의 2000여건, 통신심의 9만7000건이 쌓여 있다”며 “국정감사가 바로 다음 달로 다가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법률상 정책 추진 권한도 없고, 단지 위원 보좌 및 행정지원을 위한 사무처 직원이 업무보고와 국정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사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공공기관장의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수위 없이 일을 하다 보니 많이 밀렸고 해당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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