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략, 혁신이냐 효율이냐

조선-중앙 각기 다른 행보에 타 언론사 논의 가속

조선일보가 중앙일보와 다른 ‘디지털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타 사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바일 시대에 어떤 모델이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 역시 당분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앙이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전면적인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는 반면 조선은 온·오프라인 간 칸막이를 그대로 두되, 계열사별로 분산된 온라인 뉴스생산 조직을 통합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디지털전략에 대한 ‘정답’은 없을 뿐더러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력 구성, 투자 여력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또 시행착오 등을 거쳐 최적화된 모델을 계속 찾아 나서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신문업계가 양 사의 행보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디지털 혁신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디지털 광고시장 등이 무르익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뒷짐 지고 있다가 적기를 놓칠 경우 디지털시장에서도 ‘2,3류’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신문사는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중앙과 비슷하게 모바일 등 디지털에 방점을 둔 반면 매경 등은 조선과 비슷하게 온·오프를 병행하는 모델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한국경제, 한국일보 등도 새로운 전략을 고심 중이다.


한 신문사 기자는 “경영진은 조선식의 모델을 선호하는 반면 실무 부서에선 중앙식 모델을 내세우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식 모델은 비용뿐 아니라 전면적인 혁신에 따른 내부 저항 등 감내할 게 한둘이 아닌 반면 조선식 모델은 그런 부담이 덜 하다. 그렇다고 조선식 모델을 무작정 따라 할 수도 없다. 더구나 전면적인 혁신을 통해 얻어진 노하우 등은 조직에 큰 자산이다.


또 다른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종이신문에서 돈 벌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인력과 매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조선식 모델을 따라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자들의 피로감 등을 줄이면서 ‘비용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전략의 골간이 잡히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오는 22일 워크숍을 열고 디지털전략에 대해 노사가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한경은 디지털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취약 분야를 키우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최근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중점 과제를 정하고 사내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내년 초까지 중·단기 과제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헤경은 슈퍼리치, 리얼푸드, 인스파이어, 더인베스터 등 사내벤처 겸 버티컬 미디어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략을 실험하고 있다. 헤경은 최근 슈퍼리치를 편집국에 배치, 기존 인력(4~5명)보다 2~3배가량 보강해 별도 법인 등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관건은 이런 디지털 전략을 가지고 독자들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느냐다. 여기에 단기적인 성과만을 가지고 디지털 전략의 성패를 논하는 조급함 역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한 신문업계 관계자는 “혁신하면 무조건 디지털화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보다는 저널리즘 원칙을 가다듬고 기자윤리와 책임성 등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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