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딜레마

[스페셜리스트 | 문화] 김빛이라 KBS 기자

▲김빛이라 KBS 기자

스타들을 둘러싼 논란의 끝엔 축구 감독 퍼거슨이 남겼다는 명언이 따라붙는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한 순간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거나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만드는 ‘한 줄’, ‘사진 한 장의 힘’은 실로 대단해졌다. 공인에겐 너무도 조심스러운 도구가 됐고,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스타는 소속사 차원에서 관리자를 붙여야 할 정도로 정통 미디어 이상의 파워를 갖게 된 지 오래다.


이 같은 사실을 스타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SNS가 결정적 순간 발목을 잡는 사건들 역시 갈수록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불한당’은 칸에서 첫 선을 보이기 전 감독의 SNS가 도마 위에 오르며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식했다. 특정 대선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대선을 미루라고 하는 등의 SNS상의 발언이 문제가 된 건데, 내용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결국 감독이 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감독 개인의 아쉬움일 뿐 아니라,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의 피와 땀이 서린 ‘공든 탑’이 네티즌의 평점테러로 더 주목받는 작품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도구는 도구일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린다는 진리 역시 대중문화가 증명해 내고 있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척도라 불리는 빌보드 시상식에서 아이돌 그룹 최초로 수상 트로피를 안은 ‘방탄소년단’이 이들이다. 공식 트위터와 유튜브 팔로워 수만 ‘1000만명’. 이 순간에도 1000만 이상의 글로벌 팬들은 이 한국 아이돌 그룹이 SNS 계정에 직접 올리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공유하고 있다. 데뷔 4년 만에 미국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전 세계 SNS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올라선 이들에게 SNS는 어떤 의미일지 직접 물었다.


“저희의 이야기를 음악과 콘텐츠에 담아 보여드리기 위해 활용했을 뿐인데, 시대가 좋아진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팬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즉각 즉각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시대가 좋아진 덕분’이라는 겸손한 답변이었지만, 대형 소속사나 외국인 멤버를 투입한 해외 진출용 그룹도 이루지 못한 성공 사례를 쓰게 된 이 군소기획사 소속의 아이돌 그룹에게 SNS는 그 어떤 자본보다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게 해준 것만큼은 확실했다.


특이한 점은 이 ‘SNS 글로벌 팬덤’이 방탄소년단을 향한 일방적 지지를 보내는 단순 팔로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2차, 3차로 음악과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장을 자생적으로 생성해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KBS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는 소식을 SNS에 직접 올리자, 5분 만에 40만명이 각국 언어로 번역해 소식을 나르는 모습이 펼쳐졌다. 뿐만 아니라 각국의 네티즌들이 뉴스 취재기자인 내게 다시 SNS를 통해 새로운 질문을 하고, 소감을 이야기하는 과정도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SNS는 ‘착한 일’을 전파하는 영향력에서도 으뜸이다. 수백만 팔로워를 지닌 스타들은 유기동물 입양과 관련된 정보를 올리고, 길 잃은 반려동물들을 찾는 온라인 대자보를 대신 붙여주기도 한다.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접근이 스타와 직접 소통하는 매력적인 도구가 됐을 때 대중들은 강력한 지지자로 올라서기도 하는 요즘 시대. 결국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 되는 SNS라는 도구는 앞으로도 수많은 공인의 딜레마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진심을 담은 콘텐츠라면 수백, 수천 배의 영향력으로 선한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세상의 진리를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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