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35·40기 기자들 "김장겸은 이제 MBC를 떠나라"

YTN에서 시작된 사장 퇴진 등 언론적폐 청산 목소리가 KBS, 연합뉴스를 거쳐 MBC로 향했다. MBC 보도국 35기와 40기 기자들이 29일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실명 성명을 사내게시판에 냈다.

 

35기 기자들은 ‘김장겸은 MBC를 떠나라’는 성명에서 “보도국장으로서 기자들을 잘라 내고, 보도본부장으로서 뉴스데스크의 바닥을 맛보게 했고, 사장이 되어 첫 실적이었을 선거방송은 왜곡과 오보가 보람 없이 시청률 꼴찌에 안착했다”며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장까지 다 했다. 6년에 걸친 무능력은 샅샅이 입증됐고 그 폐기물은 김장겸이 아닌 MBC가 짊어진 채다. 그만 떠나라”라고 했다.

 

40기 기자들은 ‘알아서 떠나라!’는 성명에서 “국민은 적폐 청산을 명령했다. 국민의 가장 큰 분노는 언론 적폐를 향해 있다. 그 한 가운데 MBC가 있다. 오직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나아가 서슴없이 왜곡한 결과”라며 “김장겸 사장과 그 부역자들은 알아서 떠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2월 김장겸 MBC사장 선임 후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김장겸은 MBC를 떠나라

 

1. 어느 후배를 생각한다.

 

2009년인가 입사한 이 후배는 여느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사회부에서 일을 시작했다. 독했던 자신의 1진만큼 제 2진을 괴롭혀주지 못한 게 작은 한으로 남았지만 그래도 회사는 점점 집처럼 편해졌고 일은 손에 붙어 갔다. 깨지고 욕먹고 하나라도 더 건져보겠다고 원치 않는 숱한 술자리에 끼어 앉은 3년어치만큼 기사는 볼 만해졌다. 친한 취재원도 늘어나 가끔 자잘한 단독이나마 챙겨올 수 있었고 그런 날 퇴근하는 뒤통수에 선배의 “수고했어!” 한 마디가 날아들면 복도에 서서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길 기다리며 혼자 슬며시 웃었다.

 

후배의 생활은 2012년 여름부터 많이 달라졌다. 취재수첩도 노트북도 필요하지 않은 날들이 시작됐다. 얼떨떨했지만 그 땐 아무튼 이런 생활이 아주 길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자로 입사했으니 다시 기자질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그냥 상식적으로 그렇다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긴 보도국 밖의 생활은 사실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일정도 목표도 없는, 회사와 계약했던 기자라는 직업과는 한참 먼 일상이 이어졌다. 성실한 성격이라 이것저것 배워 보기로 하고 중국어랑 영상편집을 한동안은 열심히 해봤다. 그러나 목적지가 없는 배는 금세 부유했다. 무엇보다 리포트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게 내 일이까. 내가 배운 게 그 것뿐이니까. 너무 일하고 싶어 뉴스를 보는 게 괴로웠다. 그렇게 5년. 30대 초반에 마이크를 빼앗긴 후배는 이제 30대 후반이 됐다. 돌이킬 수 없는 어려운 시간들이 쉽게 흘러갔다. 지난겨울 후배가 문득 “기자로 산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걸 세고 있었구나. 왜 세 봤을까. 농담을 들은 것처럼 선배도 마주 웃었다.

 

후배의 세 번째 인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유가 없었고 전격적이었다. 선배는 그 속에서, 다시는 이 자에게 기자를 시키지 않겠다는, 기자의 명줄을 잘라 놓겠다는 살의를 느꼈다. 무덤 위 잡초를 베는 낫질의 무심함과 부지런함으로 70명 기자들의 생명이 시시때때로 뎅겅 뎅겅 잘려 아무데나 던져졌다.

 

2. 그렇게 솎아 내고 난 보도국을 무능력과 무기력이 점령했다.

 

매일의 뉴스는 통신사 기사의 영상판 구현이었다. 밖에서 더 인정받았던 MBC 특유의 박동하는 생기는 꺼져갔고 뉴스데스크의 존재감은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갔다. 흐리멍덩하고 설미지근한 기사들로 40분을 채우니, 정신 차리고 볼 기사는 날씨밖에 없다는 조소가 억울하지 않았다. 이 무렵부터 MBC는 뉴스 공급자가 아닌 뉴스거리로서 미디어에 빈번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을 잘라낸 자리에 야심차게 모셔다 놓은 새 직원들은 경이로울 정도의 기행으로 타사 정보보고를 알차게 채웠다. 타사에 모두 풀 된 자료를 MBC만 못 받을 만큼 추락엔 끝이 없었다. 시청률 2퍼센트대라는 전인미답의 숫자를 목격했다. MBC 뉴스데스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순간들이 영원히 이어졌다.

 

신념은 일관되게 투영됐다. 2015년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수첩에 국정교과서 홍보의 첨병으로 “조갑제”, “한경 매경”, “부모단체”와 나란히 MBC가 올라 있는 것을 본다.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어야 하는가. 지난해 특별감찰관의 통화 내용을 입수한 앞뒤 정황은 범죄 혐의를 의심받아야 했다.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까지 선거방송심의위의 징계는 범칙금 독촉장처럼 흔하게 날아들었다. 비정치 기사는 저질이요, 정치 기사는 왜곡이나 오보로서 공증 받는다. 공정방송, 공영방송을 떠나 이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었다.

  
3. 그 일그러진 역사의 길목마다 김장겸 사장이 있었다.

 

보도국장으로서 기자들을 잘라 내고 지금 보도국을 호령하는 새 직원들을 뽑는 데 사활을 걸었으되 그들의 재활엔 무관심했고, 뉴스의 품질엔 별 흥미가 없는 보도본부장으로서 뉴스데스크의 바닥을 맛보게 했다. 쌓아 올린 것이 그러하니 사장이 되어 첫 실적이었을 선거방송은 왜곡과 오보가 보람 없이 시청률 꼴찌에 안착했다.

 

김장겸은 이제 MBC를 떠나라.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장까지 다 했다. 6년에 걸친 무능력은 샅샅이 입증됐고 그 폐기물은 김장겸이 아닌 MBC가 짊어진 채다. 그만 떠나라. 떠난 자리, 그 폐허는 우리가 쓸고 닦을 테니 그만 떠나라. 쓸고 닦아 새 역사를 일으켜 세울 테니 그만 떠나라.

 

<보도국 35기 권혁용 김우철 김장훈 김재영 김정원 노경진 백승우 서현권 양윤경 엄기영 이형빈 장준성 정규묵 정시내 현영준>

 

---------------------------------------------------------------------------------------------------

 

<알아서 떠나라!>


 "불멸의 신들이 벌 주려 하는 자들에게 늘 잠시의 성공과 무사함을 허락하는 이유는 운이 다했을 때 그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기 위함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거스를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친일파는 일제가 패망하자 미군정에 빌붙어 부귀 영화를 이어갔다.

 누구에게 빌붙을 것인가? 없다.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봐도 없다.
 
 이 순간 대한민국의 가장 큰 권력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국민은 적폐 청산을 명령했다. 국민의 가장 큰 분노는 언론 적폐를 향해 있다. 그 한 가운데 MBC가 있다.
 
 오직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나아가 서슴없이 왜곡한 결과다.

 적폐 청산의 날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자리는 차지하고 있을지언정 언제 쫓겨날 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쫓겨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각자가 저지른 죄만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단 하나 피할 방법이 있다. 지금 이 회사를 떠나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길 바라며 조용히 지내는 것이다.

 김장겸 사장과 그 부역자들은 알아서 떠나라! 그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보도국 40기 강나림 고은상 김재경 박종욱 송양환 오현석 장인수 조국현 조재영 조현용>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