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서비스코리아(MSK)가 독점하던 시청률조사 시장에 테일러넬슨소프레스(TNS) 미디어코리아가 뛰어들어 전혀 다른 양상의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시청률조사 검증기구와 검증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양사 조사 중 특히 채널별 전체 시청률순위는 전혀 다르다. TNS가 자료를 공개한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나흘치를 평균내 본 결과 MSK 조사는 KBS1-SBS-MBC-KBS2 순, TNS 조사는 SBS-MBC-KBS1-KBS2 순이었다. KBS1 경우엔 양사 조사의 평균치가 4.9%P나 차이났다.
반면 메인뉴스만 비교하면 4일 중 3일의 순위가 같아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뉴스 간 시청률 격차는 TNS가 더 적어 KBS 9시뉴스와 MBC 뉴스데스크의 차이가 MSK는 9.2%P인 데 비해 TNS는 2.9%P였다.
또 두 조사 간 차이가 5%P 이상 벌어지는 경우는 9시 뉴스, 뉴스데스크, 뽀뽀뽀, 이 한권의 책 등 주로 KBS와 MBC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광고전문가들은 조사표본과 조사방법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한다. 우선 조사방법 상 A.C.닐슨사와 제휴한 MSK는 미국식이고 TNS는 유럽식이다.
TNS는 표본에서 3시간 이상 채널을 고정한 경우는 TV를 보지 않는 것으로 보고 뺀다. 이것이 양사 조사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온 유력한 원인으로 보인다. 3시간 이상 채널을 고정한 경우 대부분이 KBS1였기 때문이다. 또 표본의 차이도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MSK, TNS 양사 모두 표본집단의 구체적 특성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시청행태에 대해 확립된 검증기준도 없어 실제 원인이 뭔지는 분석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KBS1에 3시간 이상 채널을 고정해둔 사람들이 실제로 시청하고 있는지 아닌지, 그 부분을 표본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아닌지는 KBS1 주시청자들의 시청습관이 밝혀져야 알 수 있다. 또 그래야 양쪽 중 어느 방법이 옳은지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방송선진국들은 방송사나 광고사 등 자료이용자들이 공동출자한 시청률조사 검증기관에서 조사회사의 조사과정과 자료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미국은 닐슨사가 시청률조사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매체시청률위원회(EMRC), TV시청자측정위원회(CONTAM) 등 검증기관이 공개 검증해 조사의 정확성을 보증한다. 프랑스는 텔레비전위원회(Mediametrie)가 2개 조사회사에 의뢰해상호견제를 유도하고 언론사, 광고주, 광고대행사의 공동기구인 CESP가 검증한다.
영국은 아예 방송사들이 직접 시청자조사협회(BARB)를 구성하고 거기에서 제시한 조사기준에 맞는 조사회사를 선정하고 있다. 단지 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반응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정확한 시청률조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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