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길들이기용은 안된다
언론사 세무조사 공정한 집행으로 의혹 없애야...
최근 대기업에 대한 무더기 세무조사의 와중에서 불거져 나온 일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해당 언론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빙자한 언론탄압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많은 언론사 중에서 하필이면 자신들만 골라서 세무당국이 칼을 대는 것은 최근 일련의 보도에서 정권에 비협조적이거나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했다는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이번 사태를 찬찬히 뜯어보면 양측 모두에게 문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언론사도 엄연히 기업이기 때문에 세무회계상 문제가 있으면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 동안 우리 언론사들은 세무조사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고 그것을 마치 특권인 양 만끽해온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는 상당수의 언론사들이 회계를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일부 언론사는 물품을 구입하거나 재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떼어먹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면서도 마치 이런 행태가 자사의 영향력과 비례하는 것으로 간주해온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언론사의 세무조사는 늦은 감이 있고 오히려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바로 전 정권인 문민정부의 행태에 비추어보면 얘기는 한참 달라진다. 문민정부 초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중앙언론사 10곳에 대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를 감행했다. 그것도 아주 고강도로 진행되었다. 서슬이 퍼렇던 5공 시절에도 미처 생각지 않았던 조치였다. 그러나 김영삼 정권은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올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해당 언론사들은 아마도 문민정부가 끝날 때까지 가슴을 졸였을 것이다. 감히 누가 YS를 향해 일전불사를 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 세무조사는 군사정권을 능가하는 노회한 언론 통제술이었던 것이다. 김영삼 정권의 이같은 행태는 현 정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어차피 언론사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이 섰다면 전 정권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먼저 세무조사 대상업체 선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밝힘으로써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 세무조사가 끝나면 반드시 그 결과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공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문민정부때처럼 발표를 미루면서 정권안보용으로 활용한다면 문민정부의 망령이 되살아날 것이고 이에 따른 저항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밀려 올라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덧붙여 언론계에 대한 세무조사를 확대함과 동시에 정기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만이 언론계의 조세정의가 실현되고, 자의적인 세무조사를 막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앞으로도 항상 언론 통제용이라는 의혹을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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