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신문을 사주 멋대로 폐간하다니..

우리는 무등일보 공병곤 대표의 종속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

누구를 질책하지 않는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겠다. 원고지에 정열을 쏟았고 노트북을 들고 뛰어다니던 10여년 세월. 이제 무등일보가 나를 가라한다.



한국언론의 특수성과 지방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등일보가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역 정론을 펴겠다던 굳센 맹세가, 지방 최초의 조간지로 1등 신문이 되겠다던 우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사주를 잘못 만났다는 것은 핑계라고 아무리 우겨 보지만, 자본주가 준 이틀의 말미는 청천병력이다.

10여년의 세월을 살아온 무등일보 사원들은 오너의 폐간 의지를 불과 일주일전인 6월 25일 접했다. 물론 이전부터 공병곤 대표이사의 신문을 하겠다는 의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는 이미 접한 상태였지만. 25일 김성 편집국장, 윤목현·김갑세 편집국부국장, 나종우 지역주재기자협회 회장, 정광일 사원 대표 등 5명이 서울에 급파돼 공병곤 대표이사의 의지를 물었다.



그 결과 신문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으며 7월 5일자로 폐간한다는 통보를 해 왔다.

이에 27일 편집국 비상총회를 열었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폐간을 막기 위해 무등일보 노조는 임금협상 등 모든 것을 사주에게 일임하라는 제의가 있었고, 28일 노조는 긴급비상총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노조의 총회 결과 임금 97년 수준의 70%에 상여금 200%가 마지노선으로 제시됐으며, 이 안을 들고 공 대표이사를 서울로 찾아가자는 의견이 다시 제기됐다.

그러나 노조는 반대했고 곧바로 같은 날 오후 공 대표이사가 29일 서울에서 내려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29일 오후 4시 부장단 회의에서 7월 1일자로 폐간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무등일보가 자생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지역사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폐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돼 이 같이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120여명의 사원을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보여준 5일 동안의 저간사정이다.



무등일보 지회는 전격폐간 조치를 10여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전 사원의 의사를 묵살하고 묵묵히 지역발전과 언론문화 창달에 종사해 온 노동자들에게 경영상 책임을 떠넘기려는 사주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태로 규정한다.

또, 120여명의 소속 사원과 독자들에 대한 한마디 사과도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무등일보를 폐간한 공 대표이사에게사원들의명예회복과 퇴직금 및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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