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 ‘팔짱 낀 고뇌 포즈’ 취해
지난달 27일 대부분 신문에 실린 ‘이인제 후보의 고민하는 모습’은 사진기자들의 요청과 이 후보의 언론플레이가 빚은 절묘한 ‘연출’ 사진이었다.
이날 조간 신문은 일제히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자곡동 자택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경선 계속 참여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사진을 실었다. 사진설명도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갖던 도중 심각한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한국),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경향), ‘창 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겨 있다’(대한매일),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겨 있다’(조선)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이 후보가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마친 뒤 마음을 정한 듯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응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고 밝혀 이 사진이 ‘연출’된 것임을 드러냈다.
지난달 26일 경선 중도포기냐, 계속 참여냐를 놓고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이 후보는 자택에 칩거하면서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언론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침부터 대기를 하던 사진기자들이 풀 기자를 구성, 대책회의 장면을 찍겠다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 9시경 회의가 끝난 뒤에도 전용학 대변인이 나와 입장 발표를 했을 뿐 이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0시경 2층 방에 불이 들어오자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안으로 들여 보내주지 않으려면 창문으로라도 모습을 보여달라”고 제안했고, 10분쯤 지나서 이 후보가 창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팔짱을 낀 채 비교적 긴 시간 고뇌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 손용석 기자는 “창문으로라도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팔짱 낀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기자가 뉴스의 중심이 되는 사람을 찍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신문사 기자도 “경선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정한 이 후보도 언론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측면이 있다. 기자들과 이 후보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아일보 김동철 사진부장은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취한 포즈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독자들의 이해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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