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76% "'이정현 녹취록' 본질은 정권의 언론통제"
기자 57% "20대 국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해야"

기자협회 창립 52주년 기자 300명 여론조사
'KBS '이정현 녹취록' 보도 태도 문제' 51%

기자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기사를 빼달라” 등을 요구한 통화 내용이 담긴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의 본질이 청와대의 언론통제라고 보았다. 또 20대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미디어 현안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협회보는 한국기자협회 창립 5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5~10일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이정현-김시곤 녹취록’,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 등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연락해 발언한 ‘이정현-김시곤 녹취록’ 사안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질문에 기자들 76.0%가 ‘청와대의 언론통제’라고 응답했다.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 12.3%,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개인적 일탈’ 6.0%, ‘모르겠다’ 5.7% 등이었다.



6월30일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가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을 공개한 후 대다수 언론은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KBS가 관련 보도에 침묵하자 보도국 기자들이 잇따라 연명 성명을 내며 자사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KBS가 녹취록 사안을 보도한 내용과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51.0%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적절했다’는 응답은 33.3%였고 ‘모르겠다’는 15.7%였다.


20대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미디어 현안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기자 57.4%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미디어 균형발전을 위한 신문진흥 및 지역방송 지원 정책’ 57.0%, ‘공영방송 경영진의 보도 개입 실태 청문회’ 48.3%, ‘해직언론인 복직 특별법 추진’ 22.3% 순이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응답은 방송기자(62.7%), 직급별로 보면 국장/부국장/국장대우(66.7%), 차장/차장대우(63.6%)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미디어 균형 발전을 위한 신문진흥 및 지역방송 지원정책’이라는 응답은 신문기자(61.8%)와 지방기자(66.2%)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기자들은 디지털 전략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언론사로 SBS(17.3%)와 중앙일보(11.0%)를 꼽았다. 이어 경향신문(5.3%), 한겨레(4.3%), 한국일보(4.0%), KBS(3.7%), 조선일보(3.7%), JTBC(3.3%), 국민일보(1.7%), 연합뉴스(1.0%), CBS(0.7%) 차례였다. 35.7%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 실행에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6.3%가 ‘포털, SNS 등 외부 플랫폼 의존 심화’라고 응답했다. ‘수익모델 부족’ 36.7%, ‘다양하지 못한 디지털 콘텐츠’ 13.3%, ‘디지털 독자와 교감 부족’ 3.7%순이었다. 중앙언론사 기자들의 59.4%가 ‘포털, SNS 등 외부 플랫폼 의존 심화’를 꼽았다. ‘수익모델 부족’은 매체별로 신문(42.4%), 직급별로 평기자(43.1%)에서 상대적으로 응답이 많았다.


조선, KBS 제치고 영향력 1위…한겨레 신뢰도 9회 연속 1위

기자들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로 조선일보,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한겨레를 각각 꼽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로는 조선일보(30.0%)가 1위를 차지했고, KBS(20.7%)가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JTBC(11.0%), SBS(5.7%), 연합뉴스(5.0%), 한겨레(2.3%), 중앙일보(1.7%), MBC(1.3%), 경향신문(1.0%) 차례였다. 무응답은 15.3%였다. 조선일보가 기자협회 영향력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센터 소장은 “조선일보의 영향력 1위는 TV조선이 범 조선매체의 영향력으로 인식된 측면과 최근 여권 권력의 총선 관여 녹취록 보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2011년, 2013년, 2014년, 2015년 4회 연속 1위를 차지했던 KBS는 2위로 밀렸다. KBS의 영향력은 2014년 46.3%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31.0%, 2016년 20.7%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1위는 한겨레(18.3%)였다. JTBC(16.7%)가 2위, 조선일보(8.3%)가 3위를 차지했다. 이어 경향신문(6.3%), YTN(4.3%), KBS(3.3%), 연합뉴스(2.7%), SBS(1.7%), 중앙일보(1.7%), 동아일보(1.3%), 한국일보(1.3%), 서울신문(1.0%) 순이었다. 무응답은 26.7%였다. 한겨레는 2006년, 2007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신뢰도 1위로 조사돼 9회 연속 1위 기록을 세웠다.


JTBC 급부상…신뢰도 2위·영향력 3위

신뢰도와 영향력 조사에서 JTBC의 부상이 눈길을 끌었다. JTBC는 영향력 3위, 신뢰도 2위로 조사됐다. 영향력이 있다는 응답률도 2014년 1.6%, 2015년 4.2%, 2016년 11.0%로 상승했다. 신뢰도 또한 2014년 7.9%, 2015년 8.7%, 2016년 16.7%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홍형식 소장은 “손석희 체제 이후 보도에 대한 평가가 누적적으로 쌓여 신뢰도로 연결됐다”면서 “영향력 높은 언론사로서 위상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미 양국이 7월8일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64.6%로 나타났다. 찬성 의견은 27.7%였다. 7.7%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방송기자들은 80.0%가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평기자도 반대가 70.8%로, 찬성(16.9%)보다 많았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기자들은 그 이유로 58.8%가 ‘동북아 평화 위협’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사드 효과 없음’ 26.8%, ‘전자파 피해 등 안전 우려’ 6.2%, ‘경제에 악영향’ 6.2%순이었다. 찬성하는 기자들은 그 이유로 ‘북한 핵·미사일 등 위협 대응’ 47.4%, ‘북한 견제 및 압박’ 44.7%, ‘한·미동맹 강화’ 7.9% 등이었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한국기자협회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와 차이가 났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은 56%, 반대 의견은 31%, 의견 유보는 15%였다.


헌법재판소가 7월28일 부정청탁 및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금지한 일명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언론인의 법 적용 대상 포함 여부는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66.0%는 ‘잘된 결정이다’라고 응답한 반면 26.3%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모르겠다’는 7.7%였다. 방송기자들은 85.3%가 합헌 결정에 찬성했다. 평기자도 찬성이 80.8%로 반대(12.3%)보다 많았다.


헌재의 합헌 결정에 찬성한 기자들은 그 이유로 49.0%가 ‘우리사회 부정부패 청산기회’라고 꼽았고, ‘잘못된 접대 문화 바로잡기’ 43.4%, ‘민간부문 청렴성 높이는 계기’ 5.6%순이었다. 반대하는 기자들은 그 이유로 ‘국가권력의 자의적 법집행 가능성’ 54.4%, ‘법 남용으로 언론자유 위축 우려’ 36.7%, ‘농·수·축산업 생존권 위협’ 3.8% 등이었다.


김영란법 대책 ‘취재비 현실화’ 44.3%

기자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언론사들이 마련할 대책으로 44.3%가 ‘취재비 현실화’를 들었다. 다음으로는 ‘사규나 취재윤리준칙 재정비’ 35.3%, ‘김영란법 설명회’ 14.7% 순이었다. ‘취재비 현실화’라는 응답은 평기자(55.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5~10일 한국기자협회 소속 언론사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법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5.5%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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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직업 만족하지 않는다” 56.7%


방송기자 52% “건강 이상 느껴”
차장급 기자 58% “이직 의향 있다”
“기자 원동력 개인 성취감” 37%
“노후 대비 전혀 하지 않는다” 22%


기자 직업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기자들 56.7%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17.7%에 그쳤다.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국장/부국장/국장대우(87.5%), 부장/부장대우(69.6%) 등 간부급 기자들에서 많이 나왔다.


기자들 37.3%는 기자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개인 성취감’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사회정의 실현’ 29.3%, ‘가족’ 12.7%, ‘동료나 선후배’ 12.0%, 경제생활 7.0% 순이었다. 평기자들은 46.2%가 ‘개인 성취감’이라고 답했다.


다른 직업으로 이직 의향을 물었더니 51.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체별로 보면 지역민방(100%), 경제지(76.0%)에서 이직 의향이 높았다. 직급별로는 차장/차장대우의 58.4%, 부장/부장대우의 56.5%가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싶은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46.4%였다.


최근 1년간 건강 이상 유무에 대해서는 47.0%가 ‘있다’(다소 심각한 이상을 느낀 적이 있다 36.0%, 매우 심각한 이상을 느낀 적이 있다 11.0%)고 답했고, ‘없다’(심각할 정도로 이상을 느낀 적이 없다 30.0%, 전혀 이상을 느낀 적이 없다 22.0%)는 52.0%였다. 방송기자들의 52.0%, 직급별로는 부장/부장대우의 58.0%가 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후대비 수단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52.0%는 ‘은행예금 등 재무설계’라고 응답했다. ‘부동산’ 9.0%, ‘인적 네트워크 관리’ 5.7%, ‘주식투자 등 재테크’ 5.0%, ‘재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 5.0%, ‘재취업 프로그램 참여’ 1.0%순이었다.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22.3%였다.


기자협회보를 읽을 때 주로 이용하는 매체는 어디냐는 질문을 던졌다. 기자들 62.3%는 ‘종이신문’이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포털’ 14.0%, ‘기자협회 웹사이트’ 12.3%,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SNS’ 9.7%, ‘기자협회 모바일’ 1.7%순이었다.

김성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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