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언론인도 국회 가서 일하는 게 열린사회"

언론인 출신 초선 국회의원 연속 인터뷰②강효상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강효상 미래전략실장이 지난 3월 중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공모하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할까’ 궁금했다. 편집국장까지 지낼 정도로 언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가 뭐가 아쉬워서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언론윤리 훼손이라는 논란 속에 그는 비례대표 16번을 받아 당선됐고, 5월30일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게 된다. 30년간 몸담은 언론계를 떠나 정치인의 길을 가는 그를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났다.


▲강효상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1일 본보 인터뷰에서 "언론계 경험을 바탕으로 상식 있는 정치,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왜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나.

“지난해 10월 편집국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회사의 배려로 한 달간 쉬는데, 허탈감이 많이 들었다. 정말 쉼 없이 달려왔는데, ‘이제 언론사 경영만 남은 것인가’ 생각이 들더라. 그 와중에 지인들이 출마를 권유했다. 아파트 벤치에서 술 먹고 쓰러진 적이 있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 정쟁만 하는 비생산적인 국회를 지면이 아까울 정도로 비판했다. ‘비판만 하는 게 지식인의 역할은 아니지 않을까. 언론계 경험을 바탕으로 상식 있는 정치,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를 해보자’는 심정으로 결단했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이 아닌 새누리당을 선택한 이유는.

“인간의 자율의지와 시장경제를 존중하고, 대북관계에서 확고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새누리당의 가치나 이념이 나와 가깝다고 생각했다.”


-당선 안정권을 보장 받았나.

“누구도 보장한 사람은 없었다. 보장한들 어떻게 믿겠나. 하늘의 뜻에 맡기고 후보 신청서를 냈다. 안되면 다른 길을 찾아간다고 생각했다.”


-현직에서 곧바로 정계에 진출해 논란이 많았는데.

“우리나라는 언론인의 정계·관계 진출을 백안시(白眼視)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참모였던 조지 스테파노폴로스는 미국 ABC 방송에서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을 지낸 벤 브레들리는 정부 대변인으로 해외에 파견된 적도 있다. 언론인 출신이 정부나 국회에 들어가서 교류하는 게 열린사회다. 언론과 정부, 언론과 국회가 서로 교류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 아닌가.”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언론인 생활을 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서 부끄럽지 않고 공정하게 신문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내가 떳떳하지 않았다면 비례대표 신청도 안 했을 것이다. 권력을 비판하고 회초리 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편집국장 재직 때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고 특종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국정원 댓글 사건을 지휘하던 채 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한 보도였다는 비판이 있었다.

“편집국장 맡을 때 안팎의 도전이 많았다. 편집국에서 할 일은 탐사보도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특별취재부를 만들었다. 몇 가지 아이템을 선정했는데, 검찰총장 청문회 과정에서 어느 신문에 보도된 채 총장 사생활 문제도 포함됐다. 후배들이 몇 달간 취재해서 ‘혼외 아들이 존재한다’는 팩트를 가져왔다. 한 나라의 검찰총장 문제를 보도하려고 했을 때 정말 떨렸다. 하지만 팩트가 중요하지 청와대든 검찰이든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채 총장이 청와대를 공격하니까 낙마시켰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다. 내 이름과 양심을 걸고 얘기하는데, 그 보도에 어떠한 정치적 동기도 없었다.”



▲조선일보 2013년 9월26일자 1면 머리기사(왼쪽)와 2면 점프기사(오른쪽)


-권력 핵심층으로부터 혼외자 관련 제보를 받았다는 주장이 있었다.

“머리나 가슴을 열고 다 보여주고 싶다. 청와대에서 혼외자 관련 정보를 받고 기사를 썼다고 신경민 의원이 주장했는데 터무니없는 날조다. 그럴 일도 없지만 권력이 정보를 준다고 쓸 수 있을까. 권력이나 정치권을 어떻게 믿고 지면을 동원할 수 있나. 그건 자살행위다. 후배들이 발로 뛰어서 가져왔고, 팩트가 여러 정황과 부합했기 때문에 쓴 것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정해서 권력과 뒷거래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지나친 사생활 파헤치기 보도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클린턴 지퍼케이트는 미국 언론이 왜 보도한 것인가.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 채 총장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했겠나.”


-희망 상임위는?

“전공을 살리려면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나 교문위(교육문화체육위원회)로 가야하는데 아직 당과 조율이 안됐다.”


-언론계 직능대표로서 의정활동 계획은.

“언론 산업은 우리 사회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시장경제 논리에 배치된다며 지원에 손 놓고 있다. 기자에 대한 소득공제나 언론사 세금감면이 필요하다. 미국 신문의 예를 들면 2000년 600억 달러이던 광고시장이 지금 170억 달러로 줄었다. 줄어든 광고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IT기업으로 넘어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등 IT 기업들이 전통매체의 기반을 갉아먹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전통매체를 위축시키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 가칭 ‘콘텐츠 세금’을 물려야 한다. 세금이 아니면 기금을 조성해서라도 언론 산업에 기여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은.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소선거구제를 뼈대로 하는 1987년 체제는 역할이 다했다고 본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방식의 현행 대통령 중심제는 우리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의원내각제를 주장한다. 중·대선거구도 필요하다. 특히 북한의 변화를 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헌법 제정이 필요하다.”


-조선일보에서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조선비즈 대표로 있을 때였다. 내가 채용한 기자가 찾아와 ‘대표님 덕분에 취직하고 결혼도 하게 돼서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라며 청첩장을 줄때 보람을 느꼈다. 조선비즈 대표와 TV조선 보도본부장을 하면서 수많은 기자를 내 손으로 뽑았다. 일자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편집국장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면과 후회하는 지면은.

“복합적인데, 세월호 지면이다. 꽃다운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정부의 무능과 기득권층을 질타하며 1면에 ‘눈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라고 썼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일주일 뒤에 진도에 내려갔는데 정말 전쟁터였다. 대한민국이 바닥부터 썩었는데 언론이 감시를 제대로 못했다는 걸 뼈저리게 반성했다. 한편으로 국민감정에 너무 영합해 지면을 만든 건 아닌지 후회도 있다.” 강효상 당선자는 “엄마의 마음을 가진 기자가 기사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김수혜 기자를 취재팀장으로 진도에 보냈다고 얘기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영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인의 청렴의무는 언론자유를 훼손하지 않은 범위에서 존재한다. 부정부패를 억제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언론사 자체적으로 윤리규정이 있다. 돈 받고 기사를 쓴 기자가 있다면 징벌적인 손해배상액을 높인다거나 사이비언론 등 악질적인 언론사는 민사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어떤 형태로든 언론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김영란법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과잉입법이다.”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속보 쓰고 지면 만들고 SNS 대응하고 동영상 처리하고…. 정말 기자들이 바쁘다. 그럴수록 공부하고 생각해야 한다. 소모품이 돼서는 안 된다.”


▲2011년 11월 종편 개국을 한달 앞두고 기자협회보와 인터뷰한 강효상 당시 TV조선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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