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사장 취임 이후 서울신문 논조가 급격히 친정부화 됐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관보 기자가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논조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0월 말부터다. 국정화 교과서가 최대 이슈이던 당시 기자들은 ‘논조가 급격한 우경화를 보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며칠 뒤인 11월2일 오승호 편집국장과 토론회를 가진 뒤 기자총회를 열어 논조의 방향성을 공론화했다. 이후 기자협회 지회를 중심으로 △경영진의 과도한 편집권 침해 방지 △대통령과 관련된 사항에서 과도한 친정부적 성향 지양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친정부적 방향성은 지금도 그대로라는 게 기자들의 인식이다.
이런 흐름은 서울신문 1면 사진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일 위안부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세던 지난달 30일. 종합일간지 대부분은 1면 사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의 모습을 실었다. 같은 날 서울신문엔 문화창조벤처단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담겼다. 주요 종합지 중 유일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인 지난해 10월14~17일엔 대통령 사진이 나흘 연속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승호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경쟁이 치열한 언론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책·자치뉴스의 강화와 특화를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무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타사보다 국민생활과 관련된 정책이슈를 자세하게 다루다보니 (친정부적이라는)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MB 언론특보 출신인 김영만 전 위키트리 부회장이 사장에 취임한 뒤로 친정부적 논조가 두드러졌다는 게 내부의 시각이다.
노조는 지난 10월 노보에서 “최근까지 중도 노선을 유지하던 서울신문은 김영만 사장이 온 뒤로 정권 편향성이 강해졌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며 “무조건 대통령을 감싸려는 듯한 논조를 보면…‘김영만 효과’라는 걸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 사장이 취임한 지난 7월 전후로 서울신문 1면을 분석해보니 그 변화가 눈에 띄었다. 지난 3~6월 서울신문 1면엔 대통령 사진이 모두 20회 실렸다. 가장 빈도가 높았던 세계·조선(28회)과 가장 낮았던 한겨레(5회)의 중간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1월에는 22차례로 최다였다. 동아(17회), 국민(16회), 중앙(14회)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다.
이와 함께 경영진이 편집권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기사의 흐름까지 좌우하려 한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신문 B기자는 “주필이 기자에게 전화해서 기사 제목이나 기사에 포함된 단어를 바꾸라는 지적을 종종 한다”며 “작년엔 정부를 비판한 칼럼이 지면에서 빠지거나 기자수첩 내용이 수정돼 나간적도 있다”고 말했다.
중견급 B기자는 “선배기자들은 지분구조 상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가능한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려는 것 같다”며 “신문을 잘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일단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이경형 서울신문 주필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기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주필은 “신문의 논조는 독자들이 판단하는 것이지 내부에서 중도, 진보, 보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팩트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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