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제 역할' 하는 방송위를 기대한다

신임 방송위원장 선임이 장기화되면서 방송위원회가 김정기 전 위원장 퇴임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방송행정 기구로서 위상과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월드컵축구대회와 부산아시안게임, 지방자치단체장선거, 대통령선거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 행사가 줄이어 어느 때보다 방송의 ‘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거기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이끌어갈 디지털 위성방송이 1년 4개월간 준비기간과 시험 및 실험방송을 거쳐 오는 3월 본격적인 전파를 발사하는 등 방송환경 또한 급변하고 있다.

방송은 한발 나아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교류에 활력을 불어넣고 통일시대를 앞당기는 데 큰 몫을 해주기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안고 있는 등 방송을 둘러싼 요인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방송위는 이러한 상황에서 새 수장을 맞아들임으로써 그동안의 ‘개점휴업’ 상태를 털어 버리고 본격궤도에 오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임기를 1년 1개월 남겨놓은 김정기 전 위원장이 중도 하차한 것은 방송위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채널정책이 방송계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데 1차적인 원인이 있다.

방송위 발표가 있자마자 지방 MBC 계열사와 지역민방 등이 곧바로 김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고 iTV(경인방송)도 SBS와 달리 전국방송의 길이 막혔다며 강하게 반발해 방송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방송위는 내부적으로도 인적쇄신을 요구하면서 나형수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는가 하면 실국장급 간부들의 동참과 노조의 퇴진요구까지 겹쳐 업무공백이 장기화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디지털 다매체 방송체제가 도입될 경우 방송의 공익성이 현저하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송위의 강력한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위성방송이 출범 첫해 84개 비디오와 60개 오디오채널 서비스를 본격화하면 국내시장은 유례없는 ‘다매체·다채널시대’에 본격 진입하게 되는데 그 만큼 공익성이 위협받는 것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고화질, 고음질에다 쌍방향까지 가능한 매체특성상 음란성 프로그램 또한 판을 칠 우려가 높고 홈쇼핑 채널운영 등으로 인해 무분별한 상혼마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크고 작은 선거를 치러야할 올 한해 방송의 공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민단체와 야당인 한나라당은 신임 위원장에는 난맥상을 보여온 방송위를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이 선임되어야 한다면서 정치권 인사의 발탁은 긁어 부스럼이 될 것이라고 인선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MBC 노조도 신임 방송위원장이 국가방송정책의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방송위원장에 추천되면 독립방송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투쟁해 나가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선거과정에서 자칫 개입하기 쉬운 정치권의 입김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방송위가 새 수장의 취임과 더불어 ‘국민을 위한, 국민의’ 방송정책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의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