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받은 PD에 대한 징계가 무효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11일 안혜란 PD가 MBC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취소 소송에서 MBC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 대해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봤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위 법 제5조에 의해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안 PD는 2013년 4월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김 전 사장을 풍자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당시 방송문화진흥회에서 해임된 김 전 사장과 관련해 ‘MB님의 대충 노래교실’이라는 코너에서 “사장님이 나갔어요”라며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틀고, 개그맨 배칠수씨는 MB 성대모사로 김 전 사장의 법인카드 문제를 언급했다.
이에 사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했다”며 정직 6개월을 처분했고, 이후 재심을 통해 정직 3개월을 확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프로그램에서 김 전 사장을 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고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으며 2심 재판부도 사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7일 ‘잇따르는 ‘징계무효 대법 판결’ 경영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MBC 경영진이 비이성적으로 휘두른 징계의 칼날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14일에도 회사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혔던 MBC 기자 4명에 대한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MBC본부는 “사측이 2012년 파업 이후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마구잡이로 남발했던 중징계가 ‘부당’했다는 대법원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은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라며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MBC 경영진에게 묻는다. 3심까지 가서도 회사가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동일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본부는 “이와 비슷하게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사례가 바로 권성민 예능PD 해고 건이다. 앞날이 창창한 유능한 젊은 인력을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만화를 그렸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쫓아내지 않았나”라며 “이번 징계 취소 판결문에도 ‘풍자만화나 시사만평의 경우에는 풍자나 은유, 회화적 표현기법이 흔히 사용되고 독자들도 그런 속성을 감안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인용돼 있다. 회사는 또다시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오기를 부릴 것인가? 거듭되는 대법원 판결에서 최소한의 교훈이라도 얻고 반성하라”고 밝혔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