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는 누구나, 언젠가는 체감할 문제이지만 ‘무관심’이라는 벽에 갇혀 있다. 방병삼 YTN 기자가 노인들을 찾아 거리로 나선 이유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김종필 VJ와 함께 전국 각지를 다니며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기자와 늘 동행하는 오디오맨, 육중한 카메라 장비도 없었다. 손에 잡히는 작은 카메라를 들고,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정에 굶주린 노인들은 봇물 터지듯 각자의 사연을 털어놨다. 자식에게 하지 않았던,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었다.
YTN 3부작 특별기획 ‘거리의 노인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제작됐다. 촬영분량만 2.3테라바이트, 인터뷰 워딩도 203쪽에 달한다. 3부작으로 담기엔 아쉬워 6부작 연속 리포트까지 제작해 지난 8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1부 ‘퇴적공간의 노인들’은 탑골공원과 종묘, 시골마을 경로당, 복지관 등에서 만난 노인들의 사연을 통해 자녀의 눈을 피해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2부 ‘노인과 일’, 3부 ‘연로하신 대한민국의 미래는’도 오는 23일과 30일 방송 예정. 방 기자는 “주관을 배제하고 노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문제를 조용히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나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이야기”라고 했다.
“희망 같은 거 없어요.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 취재 도중 만난 노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소원’을 묻는 질문에는 “빨리 죽는 것”이라는 답이 절반 이상이었고 나머지는 “자식들 잘 되는 것”이었다. 방 기자는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은 해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라며 “노인문제 해결의 출발은 관심과 공감”이라고 말했다. 방 기자의 지인은 할아버지들의 ‘비밀 아지트’인 불광천 신응교 아래 장기방에 벽화를 그려줬다. 홍수가 나면 떠내려갈 위험이 있는 불법 시설물이지만 “젊은 누군가가 노인들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언젠가 그림은 지워지더라도 기억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방 기자의 생각이다.
세월호 특집 ‘봄꽃이 지는데 우린 무얼했나’ ‘기본의 망각이 대참사 불렀다’, 시사토크쇼 ‘10년 후’ 등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던 방 기자는 “좋은 장비와 시설이 좋은 콘텐츠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연들이 숨어 있다”며 “자료화면으로 스쳐지나간 사람에게 다른 이야기가 있고, 이를 조명하는 것이 콘텐츠의 발전을 꾀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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