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하고 참혹한 네팔을 담다

네팔 현지에 기자들 급파
안타까운 사연 속속 전해
취재와 안전 딜레마 있어

“사람이 살던 집이 다 무너져 내린 것만큼 참혹한 것은 없다. 누군가의 집이 이렇게 쉽게, 짧은 시간에 붕괴됐다는 사실이 처참했고 무력했다. 언제쯤 이들이 집이라는 곳에 들어가 불을 켜고, 밥을 먹고, 이불을 덮을 수 있을까.”


네팔에 5일간 머물렀던 강창욱 국민일보 기자는 현지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25일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네팔 수도 카트만두는 한순간에 아비규환의 폐허가 됐다.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만 7000명을 훌쩍 넘어섰고, 1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강 기자는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웃기도 한다.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도 없이 순수하다”며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론 이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일상을 회복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현장의 모습을 담기 위해 기자들을 파견했다. 국민일보 강창욱·서영희 기자, 동아일보 이유종 기자, 서울신문 김민석 기자,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중앙일보 최형규 기자, 한겨레 허재현 기자 등이 현지로 향했다. 방송사에서는 CBS 박지환·장성주 기자, KBS 고영태·구본국·김명주 기자, MBC 서민수 기자, SBS 우상욱 기자 등이 파견됐다.


▲네팔 지진 8일째인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각) 네팔 카트만두 박타푸르 뱌시에서 군인들이 붕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뉴시스)

기자들은 각 지역의 피해상황을 르포 형식의 기사로 전달했다. 서울신문은 카트만두와 박타푸르, 신두팔촉, 바데 가운 등을 돌며 네팔 국민의 ‘엑소더스 행렬’, 그리고 부모를 잃은 한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한겨레는 가족을 잃은 15살 소년 라즈 타차모와 사흘을 함께하며 대지진 이후 네팔인들의 생활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교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외교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도 잇따랐다. CBS와 SBS는 한국인 관광객과 교민의 피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소극적 대처를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에 기사를 전달하기까지 기자들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구호물품을 실은 비행기들이 몰리면서 현지 도착은 며칠씩 지연됐고, 도착 후에도 인터넷이나 전기를 쓸 수 없었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사진을 찍고 기사를 써도 보낼 방법이 없었다”며 “‘어느 동네에 인터넷이 된다더라’는 얘기를 들으면 근처 교민집에 가서 사정을 해 기사를 보냈다”고 말했다. 현지인의 휴대폰 유심칩을 빌려 기사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국내에 있는 동료 기자가 메신저를 통해 이를 내려 받아 텍스트로 옮기는 식이었다. 그나마 지진 발생 열흘이 넘어가면서 전기와 수도, 통신 등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며 상점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해외 재난취재 때마다 기자들의 안전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데스크가 구두로 주의를 당부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네팔 현지에서 부상을 입은 국내 언론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취재 기간 중 규모 4.0~5.0의 여진은 이어졌다. 종합일간지 한 데스크는 “취재는 해야 하는데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며 “해외 재난·분쟁 취재는 제도적으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현지 공관에서 기자 안전을 신경써줘야 하는 것도 있지만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한 조간신문이 지난달 27일) 카트만두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치 도착한 것처럼 포장된 기사”가 보도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기사는 “해당 기자는 기자와 함께 방글라데시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며 “큰 사건이 터지면 기자가 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얼굴 사진부터 실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관행을 무심하게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송사 한 기자는 “현장 기자의 판단이었는지 데스크 판단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데스크도 “이를 관행이라 표현하는 것 자체도 불쾌하다”며 “독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코 관행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