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경향신문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단독 인터뷰’ 녹음파일을 무단으로 방송하면서 ‘취재윤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타 언론사의 취재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이 같은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확실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팩트TV는 지난 2013년 11월 MBC와 KBS, JTBC, TV조선에 대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방송사들이 팩트TV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 영상을 사전 양해 없이 로고를 가리거나 출처를 표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무단 사용했기 때문이다. 팩트TV는 사과의 뜻을 전한 KBS와 JTBC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했지만 박상후 MBC 당시 전국부장은 지난 1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국대학신문과 서울신문도 이와 흡사한 논란이 있었다. 2014년 1월24일 한국대학신문은 ‘삼성 각 대학에 총장추천 인원 할당’ 기사에서 100여개 대학의 할당 인원을 단독 보도했다. 문제는 서울신문이 유사한 기사를 ‘단독’으로 온라인에 게재하면서 발생했다. 한국대학신문은 “기자윤리를 져버리고 꼼수를 부린 흔적이 역력하다”고 비판했고, 서울신문은 “기자 7~8명이 투입돼 추가취재를 한 내용”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타 매체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출처를 불명확하게 표기하는 언론의 ‘낡은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0일 경향신문의 단독보도를 MBC ‘뉴스데스크’가 인용하며 경향을 ‘한 언론사’로 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5월22일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공개했다. 당시 주요 언론사 중 KBS가 유일하게 뉴스타파를 ‘국내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표기해 비판이 일었다. 동아일보는 기사 본문에서만 ‘뉴스타파’라는 출처를 언급했을 뿐 제목에서는 ‘인터넷 매체’로 표기했다.
불명확한 출처 표기는 기사가 ‘어뷰징’됐을 때 가장 심각하다. 지난해 10월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이 쓴 ‘제주항공 승무원의 재치발랄 코믹 기내방송’은 포털 사이트에서 화제에 오르며 수십 건의 ‘어뷰징’ 대상이 됐다. 그러나 정확한 출처를 명시한 기사는 없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면을 통해 “기본적인 출처 표기도 없이 대놓고 기사를 베껴 포털에 반복 전송하는 어뷰징이 도를 넘고 있다”며 “한국 언론의 천박한 수준”을 보여줬다고 촌평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취재도 노동의 결과인 만큼 타인의 결실을 익명으로 가져오는 것은 ‘노동 착취’ 행위”라면서 “대부분 조직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특히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취하는 행태가 도드라진다. 저널리즘의 실천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속도 경쟁의 산물이며, 국민의 알 권리나 진실규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