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운전기사 증언…핵심 실세들 '덜덜'
'성완종 리스트' 쏟아지는 단독 보도
녹음파일 보도 후 주춤
잇단 단독 새로운 국면
종편 '단독·특종' 남발
기자들도 우려 목소리
지난 10일 경향신문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단독 인터뷰를 보도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 유력 인사들의 금품 수수 의혹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언론사들의 취재경쟁에 불이 붙었다.
성 전 회장을 단독 인터뷰한 경향신문에 이슈를 선점당한 언론사들은 취재력을 발휘해 ‘검찰 발’, ‘측근 관계자 발’ 단독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일부 보도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하는 단초가 됐지만 일부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은 ‘단독’ ‘특종’을 지나치게 남발해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는 지난 11일 “경남기업의 자금 가운데 32억원이 아무 증빙 없이 어딘가로 빠져나간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며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14일 성 전 회장이 2004년부터 11년 동안 정·관계 인사와 만난 날짜·시간·장소가 적힌 ‘성완종 비망록’을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이 지난해에만 이완구 총리(14회),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9회),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6회), 허태열 전 비서실장(5회) 등 주요 여권인사를 수차례 만났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성완종을 잘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던 관련 인사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CBS는 16일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13년 4월4일 오후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만나 독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17일 “이 총리 측이 국회 대정부질문 사흘째인 15일 새벽, 2013년 선거 캠프 직원들을 상대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 총리의 비서관 김모씨가 A씨 등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말맞추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가 이어지자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다” “(돈을 받았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이 총리의 ‘결백 주장’은 힘을 잃었다. SBS도 19일 “검찰은 성 전 회장의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두 사람(성완종-이완구)이 200차례 넘게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톱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논란을 일으킨 보도도 있었다. 17일 조선일보(‘與野인사 14명 ‘성완종 장부’ 나왔다’) 기사에 대해 야권은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검찰은 해당 보도 내용을 부인했고, ‘C의원’으로 지목된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조선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YTN(‘노무현 정부 실세, 성완종 특별사면 개입 정황 포착’)과 문화일보(‘성완종, 2차사면 4개월前 盧정부 특보와 베트남行’) 보도는 현 정부 핵심실세들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의 칼끝을 이전 정권으로 옮기며 본질을 희석시켰다.
종합편성채널은 타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을 ‘단독’이라고 붙여 내보내는 등 ‘단독·특종’을 남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시간차 특종이나 단편적인 측근 멘트에 붉은 제목으로 ‘단독’ 혹은 ‘특종’을 붙이는 종편의 보도 행태는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파헤치기보다는 시청률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돌연 일본으로 출국했다는 소식과 관련해 채널A(‘10만 달러 의혹’ 김기춘 돌연 일본행)와 TV조선(“김기춘 전 비서실장 출국한 듯”)이 ‘단독’ ‘속보’ 등을 달고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미 다른 종합일간지에서도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었음에도 경쟁적으로 ‘단독’을 내건 것이다.
또한 MBN은 19일 ‘수행비서 “4월 4일 상황 모른다”’에서 지난 2013년 4월4일 당시 이 총리의 선거사무실을 함께 찾은 것으로 알려진 성 전 회장 수행비서의 발언을 전했다. MBN은 수행비서가 “기억이 나는 것도 없고. 아무 생각도 안 나고”라며 사실상 기자의 질문을 회피한 것을 ‘단독’이라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TV조선 ‘성완종 부인, 최근 신경쇠약으로 병원 입원’, 채널A ‘“캠프 관계자, 성완종과 사진 찍지 말라고…”’ 등 전체 사건의 맥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안들도 ‘단독’ ‘특종’ 등을 달고 전파를 탔다.
종합편성채널 한 기자는 “‘성완종’이라는 큰 이슈가 발생하다보니 이슈 선점 과정에서 과잉이 있는 것 같다”면서 “내부 기자들 가운데서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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