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세월호 어떻게 됐느냐" 물음에 답할까

1년 맞아 시리즈 기사 준비
진도·안산 등 현장취재 돌입
아픔 공유·안전시스템 화두
방송 팽목항 현지중계 검토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진도를 찾았는데 전혀 변한 게 없어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도 그대로, 실종자도 찾지 못한 채 그대로 있죠.” 박소영 한국일보 기자는 3월29일 기자 2명과 함께 진도에 내려갔다. 세월호 참사 1주기 기획기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목포 지역 장례식장, 진도 실내체육관, 팽목항 등 1년 전 주요 취재 거점을 돌았다. 현지에 남은 유가족들은 손에 꼽힐 만큼 그 수가 줄었지만 아직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박 기자는 말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언론사들이 기획 시리즈와 특집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보도 경쟁을 의식한 듯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별도의 취재팀을 꾸려 길게는 한 달 이상 현장취재를 이어가는 언론사도 적잖다. 


언론이 세월호 참사 1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세월호 유가족이나 지역주민들의 지난 1년을 추적해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는 것이다.


▲언론이 세월호 참사 1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픔 공유와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이다. 사진은 지난해 4월16일 바다속으로 가라앉기 직전의 세월호. (뉴시스)

오마이뉴스는 사회팀 주도로 ‘4·16 세월호 참사 기억 프로젝트, 아이들의 방’ 전시회를 가장 주요하게 준비하고 있다. 세월호 자원활동가들이 희생 학생 100여명의 빈 방을 촬영했으며, 이를 통해 아이들의 부재와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되돌아본다는 취지다. 2일부터 경기도 안산 등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15일부터 오마이뉴스의 온라인 특별페이지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이 외에도 ‘세월호 잊지 않는 사람들(가제)’ 등 개별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죽은 자의 기록 산 자의 증언’도 업데이트를 거쳐 16일 공개된다.


CBS는 세월호 기획을 위해 2개의 취재팀을 꾸렸다. 이 중 3명의 기자로 구성된 안산팀이 ‘안산에서 보낸 한 달’을 주제로 유가족 등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짚어볼 예정이다. 관련 기사는 오는 6일부터 2주간 연속 보도된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19일부터 ‘고잔동에서 온 편지’를 연재 중이다. 4월16일 이후까지 한 달 넘게 진행하는 장기프로젝트로 기자 4명이 안산에 파견됐다. 고잔동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했던 단원고 일대 지역. 기자들이 4·16가족협의회 산하 4·16기억저장소 활동을 취재하면서 기획이 시작됐다. 전홍기혜 편집국장은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분들의 과거·현재·미래로 기획을 구성할 계획”이라며 “남은 이들이 경험하고 극복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이런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고잔동 주민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정치·사회부가 공동으로 취재 중이다. 정치부는 정책 점검, 안산팀과 진도팀으로 나뉘어 취재하고 있는 사회부는 유가족과 이웃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참사 이후 지면에 연재됐던 ‘잊지 않겠습니다’ 시리즈는 16일에 맞춰 책으로 출간되며,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우리사회 전반의 안전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기획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5월16일 “세월호 참사 1년 뒤인 2015년 4월16일 달라진 재난 안전 체계를 치밀하게 검증하고 고발하겠습니다. 철저한 현장 취재와 악착같은 기자 근성으로 ‘국가 개조 프로젝트 검증 보고서’를 1년 뒤 독자 여러분께 내놓으려 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 매달 16일 ‘대한민국 안전보고서’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최훈 편집국장은 “세월호 1주기엔 확대된 기획기사와 그간 우리사회 안전의식, 안전 사각지대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도 사회부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부에 걸쳐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고재학 편집국장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국가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안전 후진국이다’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안전 문제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를 7~8회 정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수 언론사들이 세월호 참사 주간에 기획기사를 목표로 아이템 논의에 한창이다. SBS, MBC,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은 부서별 아이템을 취합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사회부 중심으로 지난주부터 본격 취재에 들어가 일주일간 기획 시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경향신문도 편집국 각 부서에서 인력을 모아 특별취재팀을 꾸렸으며 특히 디지털 부문을 포함해 온·오프 통합 콘텐츠도 구상 중이라는 전언이다. 


지난해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스페셜 영상 ‘봄꽃이 지는데 우린 무얼 했나’를 제작했던 YTN도 관련 아이템을 논의 중이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사회부와 전국부, 정치부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사IN 기자들도 한 달 전부터 광화문, 안산, 진도 등에서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주간지 특성상 1주기에 앞선 오는 6일 특집호를 발행할 예정이다. 


KBS는 보도국은 물론 교양국, 시사제작국 등에서 세월호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16일에는 KBS 1TV 특집 생방송(2부)이 예정돼 있으며 메인뉴스인 ‘뉴스9’은 13일부터 17일까지 세월호 1주기 특집 방송을 계획 중이다. ‘추적 60분’, ‘다큐1’, ‘시사기획 창’, ‘취재파일K’, ‘시사진단’, ‘아침마당’ 등도 세월호를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


지난해 팽목항 현지 생중계와 세월호 관련 연속보도로 주목받았던 JTBC의 1주기 기획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회부가 중심이 될 예정이지만 구체적 아이템은 다음 주쯤 결정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의 팽목항 생중계 여부도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전진배 사회2부장은 “현재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 유가족들의 삶 등을 조명하려고 하는데 아직 사회부에서 논의 중인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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