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나를 해고하라' '나를 고소하라'"

MBC공대위 권성민 PD 해고 철회 촉구 기자회견

“이번에 문제가 된 웹툰을 열 번, 스무 번 다시 봤습니다. 그것에 담긴 것은 ‘회사에 대한 사랑’ 외에는 다르게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자신이 몸담았던 예능국 선배들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 MBC가 다시 국민 앞에 제대로 서기를 바라는 열망과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MBC에 몸담고 있는 선배로서 참담한 심정에 입을 쉽게 떼지 못했다. 23일 서울 상암 MBC 사옥 앞.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권성민 PD 해고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성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기본적인 상식을 넘어서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참담하게도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회사는 노동자에게 살인과 다름없는 해고를 손쉽게 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이성주 본부장이 2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권성민 PD 해고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MBC가 지난 21일 정직 6개월 징계 후 복귀한 지 한 달여 만에 권성민 PD를 해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에 대한 반성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올렸다가 정직 6개월을 당한 권 PD는 지난해 12월 말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 난 후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예능국 사람들과 제작 이야기를 담은 ‘예능국 이야기’ 웹툰을 올렸다가 회사 비방 등 해사행위를 이유로 해고당했다.

 

이 본부장은 “제가 만난 권성민 PD는 어린 연차에도 성숙하고, 착하고 예의바른 친구”라며 “(지난해 5월 당시)바보가 아니라면 여러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왜 글을 올렸을까. 그것은 단 하나, ‘양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MBC는 더 이상 공영방송이 아닌 사영방송”이라며 “경영진의 해사행위는 권 PD 해고를 기점으로 도를 넘었다. 이제는 헌법마저 무시하고 유린하며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경영진은 수많은 사람들을 해고, 징계하고 유배지로 쫓아내며 공포감을 심고 있다. 잇따른 징계무효소송에서 사법부는 ‘경영권 남용’이라며 잘못됐다고 판결했지만 또다시 해고를 했다”며 “많은 PD, 기자 등 동료 방송인들이 차라리 ‘나를 해고하라’ ‘나를 고소하라’ 외치고 있다.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한 행동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MBC에 닥쳐올 것”이라고 말했다.

 

MBC공대위는 권성민 PD의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권 PD와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MBC공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해고는 명백한 인사권 남용”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언론사 스스로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침해했다. MBC 스스로 언론사임을 포기하고 현 정권의 충견임을 자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의 부당징계를 비판하며 권성민 PD의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광선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은 “입사 4년차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권 PD는 우리나라 방송 환경을 고민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와 감동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아주 앳되고 순한 친구”라며 “제작현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PD를 바른 소리 한번 했다고 6개월 정직을 하고 유배 보내고, 해고해 제작의 자율성을 무너뜨린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MBC가 해사 행위로 지목한 김재철 전 MBC 사장 발언 인용과 경인지사 유배 표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국장은 “김재철 전 사장은 (새누리당)사천시장 경선에 출마한 정치인이다. 언론인이 정치인을 풍자하는 표현의 자유도 없는가”라며 “영화 ‘제보자’의 실제모델인 한학수 PD가 2011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을 때 법원은 부당전보라며 한학수 PD의 손을 들어줬다.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권 PD를 보낸 것은 유배가 맞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안하무인인 MBC에서 지금 누가 해고를 당해야 하는지 명명백백하다”며 “정권에 빌붙어서 자리를 유지하고자 후배들을 해고하는, 폭압의 정치를 하고 있는 안광한 사장 등 선배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권성민 PD 해고 소식을 듣고 처음 떠오른 단어는 치졸함과 옹졸함이었다. 경영진을 비판하면 유배를 보내고, 반성하지 않는 자에 가차 없이 해고를 하는 것이 MBC의 현실”이라며 “제 2, 제3의 권성민 PD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상의 MBC는 더 이상 방송사, 언론사가 아니다”며 “MBC는 경영진이 아닌 국민들의 것이다.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권 PD와 유배, 귀양 보낸 언론 노동자들을 하루속히 제자리에 돌려놔야한다”고 말했다.

 

MBC공대위 공동대표인 김종철 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도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MBC가 서 있는 것도 부끄럽다. 인권도 표현의 자유도 없고 언론의 생존권조차 하루아침에 말살해버리는 오만방자한 MBC가 과연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당장 권 PD의 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MBC 경영진은 마구잡이로 해고와 징계, 유배 등 엄청난 탄압과 불이익으로 공포를 조장해 구성원들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며 “양심적인 MBC 언론인들을 부당 징계하는 경영진을 국민들이 징계해야한다”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도 “부끄러워서 부끄럽다고, 유배해서 유배됐다고 했는데 무엇이 그리 잘못됐는가”라며 “권PD 해고는 개인 한명이 아니라 MBC노조와 노동자들, 시청자와 시민들의 심장을 겨냥한 것이다. 더 이상 묵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방송인총연합회(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도 22일 “우리가 권성민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MBC 경영진이 SNS에 올린 만화를 두고 권 PD를 해고한 것은 명백하게 표현의 자유 침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라며 “최근 프랑스에서 번지고 있는 ‘내가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기억한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밝혔다. 이어 “MBC 경영진의 시대착오적인 인사권 남용에 분노한다”며 “당장 해고를 철회하고 예능국으로 복귀시킬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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