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압박"

'청와대 개입' 언론보도 잇달아…조선일보 "채 총장 해명 안해 의혹 커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압박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언론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보도를 종합하면,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오기 전 이미 청와대 관계자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여자 관계를 뒷조사했으며 이를 근거로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역시 청와대가 움직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겨레는 1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관계자가 조선일보의 첫 보도가 나온 6일 대검찰청 쪽에 전화를 걸어 채 총장의 사퇴를 종용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청와대 관계자는 채 총장과 임모씨, 채군의 혈액형을 대조했더니 유력한 증거로 나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다고 대검 쪽에 전했다. 또 12일에도 전화를 걸어 청와대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며, 이에 채 총장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조선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유전자 감식 의사를 밝히자 13일 감찰 계획이 발표됐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공직자가 아닌 임씨와 채군의 개인정보까지 다 들여다봤다는 이야기가 되며 불법사찰 논란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사태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것는 물론이다.


또 한겨레는 법무부 관계자들도 이날 오전까지 검찰총장 감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황교안 장관도 이날 오후 갑자기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보도해 이를 더 뒷받침했다. 




   
 
  ▲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혼외아들’ 논란과 법무부의 진상규명 착수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같은날 채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대검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지난주 이미 청와대가 메시지를 줬다"며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인사권자(대통령)의 뜻이라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 검찰 간부가 지난달 만난 조선일보 간부에게 "청와대 인사인 ㄱ씨가 채 총장의 여자문제를 뒷조사했으며 채 총장은 9월 중 날라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검찰도 이 ㄱ씨가 지난 4일 법조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채 총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민정수석실에 넘겼고 조만간 날아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국민수 법무부 차관이 일주일 전 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를 종용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채 총장에게 감찰을 받으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채 총장의 혼외아들 관련 첫보도를 한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보도의 경위를 밝히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언론이 자신의 의혹 제기로 공직자를 사퇴시켰다면 다시한번 준엄한 비판을 할 법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날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해 비교적 차분한 사설을 내놓았다. 이번 채 총장의 사퇴가 청와대 국정원 등 권력기관과 조선일보의 합작품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보도에 대해 제기된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듯 보도의 정당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는 채 총장이 소송과 유전자 감식 의사를 밝힌 상태고, 앞으로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미지수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은 사설에서 "검찰총장 같은 최고위 공직자는 사생활이라고 해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보호받을 수 없는 게 직책의 숙명이다. 본지가 지난 4월 채 총장 취임 직후 '채 총장이 숨겨둔 자녀가 모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제보를 받고 확인 취재에 나선 것도 소문의 당사자가 현직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수구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또한 채 총장 취임 직후인 4월 단순 제보로 취재가 시작됐다고 밝힌 것은 권력기관의 개입이나 국정원 댓글 수사 등 정치적 배경과 무관하다는 해명이다.


조선은 또 채 총장과 채모군의 어머니인 임모씨가 과거 단골 관계 등 인연이 있다는 점과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채 총장은 이 사건 첫 보도가 나간 지난 6일 이후 '본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편지 내용이 보도된 이후에도 임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나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이 바람에 의혹이 더욱 커지고 말았다"고 채 총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자신들이 지목한 채모군이 채 총장의 혼외아들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이번에도 내놓지 않았다.


다른 언론들은 채 총장의 사퇴 사건이 검찰의 중립성을 크게 저해시킬 것이라며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일보는 박근혜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채 총장이 의혹 규명을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고, 국정원 수사에 대한 반격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와중에 법무부가 극약 처방인 감찰 카드를 꺼내드는 바람에 검찰 조직은 물론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중앙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으로부터 나온 검찰권을 국민에게 되돌려 드리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만약 ‘수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흔들 수 있다’는 도식이 자리 잡는다면 그건 검찰권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채 총장을 압박할 절박한 사유라도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혼외 아들' 보도가 나왔을 때부터 줄곧 제기됐던 '채동욱 검찰'과 여권 사이의 긴장관계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검찰의 국정원 수사를 사퇴압박의 배경으로 분석했다. 채 총장과 여권 사이에 본격적으로 골이 깊어진 것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며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자 여권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노골적으로 '채동욱 비토'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한국일보는 "당시 공직선거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황교안 장관의 지시는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여권과 일부 보수세력은 검찰의 행보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이와 무관치 않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며 "'채동욱 검찰'로서는 현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모종의 사정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법무부의 감찰은 당연했으며 채 총장이 끝까지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혔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아는 사설에서 "그가 진정 진실 규명을 원한다면 국민에게 약속했던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유전자 검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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