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내부에서 동기 의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사 특유의 끈끈한 문화 대신 일반 회사와 비슷한 문화로 급속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1일 낸 노보에서 ‘조선일보에서 동기란?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경쟁과 화합의 선순환이 사라지고 생존의 강박만 남았다”며 “소통이 사라진 벽 앞에서 우리도 괴물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는 동료의식이 사라지는 이유로 동기들과의 소통과 모임이 사라진 것을 꼽았다. 또 출입처에서 경쟁 압박도 심한 데다 사내 경쟁까지 더해져 모든 직원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기자는 노보를 통해 “경력직 기자가 들어오면 동기 인증 술자리가 마련 돼 그 덕에 입사동기와 경력 동기 상관없이 서로 얼굴을 알고 지냈다”며 “미안하지만 조선일보에서는 이런 과정이 없다. 그래서 동기로 묶인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동기모임의 뜻은 ‘전 직장 사람들 하고만 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자는 “소리 지르고 야단치는 언론사 문화는 남아있지만, 이후 끈끈함으로 조직을 지키는 힐링문화는 전혀 남아있지 않다”며 “냉정하게 말하면 절름발이 언론사 문화”라고 말했다.
조선에서는 타언론사와 달리 기수문화가 가지고 있는 배타성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00년도 공채’ 혹은 ‘경력직 0년차’라는 말을 사용한다. 대신 노조에서는 기수표를 관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모래알 같은 회사 문화에서 기수가 그나마 동료의식을 느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며 “취재, 마감, 다시 야간취재로 이어지는 꽉 짜인 쳇바퀴를 돌다보면 같은 부서 내에서도 밥 한 끼 같이 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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