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편집국 폐쇄 이후 59일 만인 12일자부터 정상 발행됐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인사 문제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개시가 당장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일보는 고낙현 재산보전관리인과 이계성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 아래 정상화 첫 조처로 신문발행 정상화화 함께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 및 주요 보직간부 인사를 12일 단행했다.
편집국 폐쇄 사태 이후 ‘한국일보바로세우기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준희 논설실장이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이 부사장은 장재구 회장 체제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논설실장에서 논설고문으로 인사조치되기도 했다. 물러난 이진희 부사장은 스포츠한국 사장직에 복귀했다. 이에 앞서 사태 기간 중 논설위원으로 강등됐던 정병진 전 주필은 주필직에 복귀했다.
그동안 신문 파행발행 기간 동안 제작을 총괄해온 하종오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창간60주년 기념사업단 창간60년사 편찬담당으로 발령됐다.
그밖의 진용은 6.15 편집국 폐쇄에 따른 인사 이전 체제로 복귀시킨 것이 핵심이다. 장 회장의 지시를 거부해 자택 대기발령을 받았던 간부급 기자들도 원상복귀했다. 지난 5월 장 회장에게 해고당한 뒤 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 결정을 받은 이영성 전 편집국장은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장재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른바 ‘짝퉁 신문’을 제작해온 편집국 간부들도 편집국 내 보직을 유지했다. 이들이 맡고 있던 일부 주요 보직부장직은 인사가 유보됐다.
이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성토 기류가 강했다. 기자들은 “신문 파행 발행에 참여한 간부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편집국 폐쇄 이후 정상 발행 이전까지 신문을 제작해온 일부 간부들은 인사를 앞두고 “보복인사”를 거론하며 “우리는 그동안 회사가 내린 인사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고 회사의 빠른 안정화를 위해 포용적 인사가 취해진 것이다. 현재 한국일보는 재산보전처분 상태여서 비용 집행은 물론 인사 내용도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일보 한 관계자는 “당장 인사 문제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한국일보 경영이 하루속히 정상화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24일까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게 된다. 개시 결정은 신청 뒤 한달 내에 결정해야 한다. 한국일보 전현직 직원 201명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한국일보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바 있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은 법정관리인을 선임해 채무 조정 및 구조 조정의 과정을 책임지게 한다. 법정관리인은 고낙현 현 재산보전관리인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결렬되기도 했던 회사 매각 방안도 재추진될 전망이다. 회생 절차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6개월 안팎은 걸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일보의 지면은 기존 노선이었던 ‘비판적 중도’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정상 발행된 12일자 1면 사고 ‘언론의 바른 길,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고를 통해 “한국일보의 영원한 정신인 ‘춘추필법의 정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의 자세’ 대로 어떤 정파나 좌우 이념의 휘둘림 없이 오직 중도적 입장에서 공정한 사회의 균형자, 올바른 최종판단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한국일보 기자들이 지난 불행한 사태 기간 여야와 이념에 상관없이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아온 중도적이고 불편부당한 논조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며 “힘들었지만 우리의 방향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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